매일신문

김영삼정부 4년(上)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는 93년 2월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안고 출범,지난4년간 '신한국 건설'이라는 기치속에서 의욕 넘친 개혁작업을 추진해 왔다.

출범초부터 오랜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체제가 남긴 사회전반의 적폐 청산을 최우선과제로 삼은변화와 개혁은 부정부패 척결에서부터 시작됐다.

정경유착 단절을 겨냥한 잇단 사정작업,'하나회'등 사조직숙정을 통한 군부개혁, 금융실명제 실시,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제 실시,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한 '역사 바로세우기'등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는 개혁작업을 숨가쁘게 진행했다.

여기에다 공직자 재산공개, 안기부, 기무사의 제 위상 찾기,부동산실명제와 세제개혁 단행,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등 각종 개혁조치가 잇따랐다.

김대통령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며 취임초 자신과 가족소유 재산을 공개하는 한편"재임중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솔선수범으로 시작된 재산공개는 고위 공직자를 거쳐 사회각계 지도층까지 확산됐으며,과거 성역으로 여겨졌던 정치권.군고위층에 대해서도 단호한 사정의 메스를 가해 그동안 운용이은폐돼왔던 율곡사업에 대규모 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전직 장관을 포함한 14명이 입건됐고, 군인사 비리와 관련 전직 참모총장을 포함한 군 고위관계자들이 대거 사법처리됐다.또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고리의 정점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기업체로부터 천문학적인액수의 정치자금을 받고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었음이 전.노 비자금사건에서 밝혀졌다. 노태우.전두환전대통령이 재임기간중 수뢰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됐고 관련기업인 및 전직 장관들이 줄줄이기소됐다.

이와함께 김대통령 자신이 그동안 '칼국수'로 상징되는 통치스타일로 정치자금을 받지않는다는약속을 지킨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정치풍토를 개선한 의미를 지니며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하다.그러나 4년간 진행돼 온 이같은 일련의 개혁작업 이면에는 갖가지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뒤따랐다.

사전준비도 없이 일단 시작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의 한건주의 개혁과제라는 시비를 비롯해 성역없는 부정부패 척결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의 과정에서'표적 사정'논란도 그치지 않았다.뿐만아니라 그릇된 과거청산을 내세워 5.6공과의 단절을 시도한 전직 대통령들의 단죄를 사감이개입된 정치보복으로곡해하는 논리도 엄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민정부 개혁에 대한 비판론은 개혁의 방법과 절차, 대통령의 통치행태,체감개혁의 미진으로요약된다. 개혁방법론과 관련한 비판은 전격적 개혁실시에 따른 국민불안과 충분한 여론수렴의부재가 그 핵심이며 대통령의 통치행태와 결합되어 신(新)권위주의 시비를 낳았다'.취임4주년을 맞아 청와대비서실이 내놓은 평가서 내용이다.

여기서 대통령의 통치행태라는 대목은 노동법파문에서 단적으로 보여주었듯이 오만하고 독단적인국정운영 방식과 아무런 견제를 받지않는 독주를 지적하고 있음에 다름아니다.특히 온나라를 뒤집은 미증유의 한보사태와 관련해 이른바 상도동 가신출신들과 김대통령 측근의원,현직장관들이 비리연루가 드러나면서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먹칠, 사심없는 정치개혁과 청렴함을 버팀목으로 삼고자 했던 김대통령의 노력도 일순간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더욱이 검찰수사 발표후에도 김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와 민주계 측근들이 국민 절대다수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음은 김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문민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현 주소 그 자체라 할수 있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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