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인가 연례행사 2~3건 고작… 정체성 극심

'문화예술 저변확대를 위한 예술인들의 순수한 의지' '예산 뒷받침' '사업추진능력'. 적어도 각 문화단체가 제대로 운영되기위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요건이다. 즉 한 문화단체가 나름대로 문화발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구지역 10개문화단체들은 이같은 요건중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킬만한 것이 없다. 한마디로 정체성의 위기를맞고 있는 것이다.

문학, 음악, 국악, 미술, 사진, 건축, 연극, 무용, 영화, 연예협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의 10개 회원단체들이다. 70~80년대 관변단체로 규정돼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이들 협회는 단순히 예술인들의 친목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민의 세금이 이들 문화단체 운영에 크게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순수하게 예술인들의 힘으로만 굴러가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 10개 문화단체는 대구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큰 책무를 지고 있는셈이다. 이들 단체의 한해 예산은 적게는 몇천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억원에 이른다. 90년대 들어각 협회마다 연예산이 거의 3~4배씩 늘어났다. 전체예산에서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협회마다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5%%남짓한 수준. 나머지 대부분은 대구시 보조금, 국고 보조금, 한국문예진흥원 문예진흥기금, 대구시 문예진흥기금, 대구문화예술회관 지원금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예총을 통해 각 협회에 지원된 대구시 지원금만도 11억2천2백60만원. 대구시로부터 행사주최, 주관을 위탁받는 형식으로 예산을 마련해 각종 행사에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문학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협회가 민간단체이면서도 무상으로 대구문예회관이나 시민회관내에사무실을 두는등 특혜마저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각 협회는 반대급부로 대구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각 협회의 자체적인 기획행사는 문학제나 음악제, 무용제, 국악제, 연극제, 영화제등 연례적인 행사 2~3건이 고작. 나머지 대부분은 대구시가 위탁한 행사를 주관하는 것으로 협회사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회원참여도나 행사기획능력과 아이디어 모든 점에서 허덕이고 있다. 대구 문화창달에 대한 비전조차 찾기 힘들다.이처럼 소극적이고 주먹구구식의 협회운영으로 인해 몇몇 단체의 경우 회원들마저 협회운영에 불만이 팽배,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얘기로 소속협회에 대해 '파벌협회' '1인전권협회' '가방사무협회' '경로당'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회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협회운영을 둘러싼 내부적인 파벌의식과 반목상또한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때문에 3년마다 치뤄지는 지회장 선거때면 상당수 협회가 치열한 후보경쟁으로 시끄럽다. 미협 대구지회의 한 회원은 "친목단체이면서도 회원친목과는 거리가 멀다. 회원으로 가입돼 있지만 역대 집행부가 대구의 미술문화발전을위해 무엇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각 문화단체의 운영이 계속될 경우 그 존립마저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대구를 문화도시로 키워내려는 각 문화단체들의 열정이다. 협회의 몇몇 집행부인사들이 대충대충 준비한 부실한 행사로는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리 만무하다. 10개 문화단체가 대구시민의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의지와 역량결집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을 곱씹어봐야할 때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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