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퇴·조퇴 새삶의 기회로-중년의 만학도

명예퇴직-조기퇴직뒤 일거리를 못찾아 방황하는 중년이 늘고 있는 한편으로 독학으로학사 학위를받은 만학도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해 고개숙인 40·50대들에게 새로운 도전의욕을 일깨우고 있다.

"명퇴의 쓴 잔을 마시고 팔공산·앞산 등지를 배회하는 중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새로 공부해 또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 명퇴 후유증을 극복하는 멋진 방법이 될 겁니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김덕한씨(53·대구시 남구 대명1동)는 정규학력이 초등학교 1년, 중학교 3년에 불과하지만 지난 2월 계명대 사회교육원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나이 50에독학으로 대학생이 돼 제2의 인생을 살았던 김씨는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대학강사라는 제3의 꿈을 키우고 있다.

70년대 초 가진 책이라곤 이것밖에 없었던 이희승박사의 '국어대사전' 한 권을 달달 외워 공무원이 됐던 김씨는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같은 공무원 생활에 남은 인생을 맡길 수는 없었다. 13년만에 오른 농지개량조합 출장소장직을 훌쩍 던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 95년 독학사 위탁교육을 하던 계명대학교 사회교육원을 찾았던 김씨는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흥분했다.

신학대학을 졸업, 경주 강남교회에서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홍종락목사(38)는 어릴때 키웠던문학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사회교육원에 들어갔다. 홍목사는 평소 목회 일을 하면서도 강의는 물론 총학생회 총무부장까지 맡아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약국경영의 경험을 가진 문영수씨(45·사업)도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경우. 약학대 편입학을 바라는 문씨는 강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마다 녹음기를 들고 수업에 참여해 '열성 만학도'라는 칭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학생들이 이처럼 열성적이니 교수들도 게으를 수 없다. 박노열원장(55·교육학)은"교수들이 낮 강의에 지쳐있다가도 만학도들을 만나면 강의 목소리가 커진다"며 "젊은 교수들은 이들의 공부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사회교육원생 4백여명 중 중년을 넘긴 40~50대가 3백여명에 이른다. 잠을 쫓기위해 서서 공부를하고 '홍길동전'에 관한 논술 모범답안을 1백번씩 써보는 학구파까지 있다. 쏟아지는 코피를 젊음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게 사회교육원의 전통.

홍종락목사는 "세상살이에 지친 모습보다 꿈을 찾아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훨씬 아름답지 않으냐"며 활짝 웃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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