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사례가 하나씩 불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여권의 한숨소리는 커져만 가고있다.
지금까지 불거져 나온 현철씨의 국정개입 사례는 낱낱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문민정부4년은 엉망진창이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
현정부 출범이후 현철씨는 요로에 자신의 수족(手足)을 심어놓고 청와대 사정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 안기부, 검찰, 경찰 등 각종 고급국가정보를 사전에 볼 수 있는 특권을 이용했다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정부차원에서는 위로는 총리에서부터 아래로 장차관 등 고위관료,군에서는 하나회인맥 청산을 통한 공백을 동문 등 자신의 인맥으로 메워나가는 방법을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교(경복고)선배로 당시 육참총장이던 김동진씨에게 장관직을 제의했다는 소문은 군주변에서는 김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또 안기부 정보와 예산을 관장하는 1차장과 운영차장(전 기조실장)같은 인사가 모두 현철씨 사람이었다는 점도 그의 국정개입 정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금융계에도 그의 인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에 의해 임면되는 은행의 이사급이상 간부진에 영향력이 미쳤음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가 지원하는 사람이면 다 된 결정도 뒤엎을 정도였고 누구도 그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산파워는 정치권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었다. 15대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은중진과 신인을 막론하고 그에게 줄을 대려고 안달했다. 한편 현철씨에게 잘못 보여 '물을 먹은'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은 신한국당의 김덕룡의원이다. 김의원은 정권초기 현철씨의 외국유학을 건의했다가 두고두고 고생을 했다. 또 이번에 보훈처장에 임명된 박상범전경호실장도 현철씨 문제를 거론했다 낙마한케이스다. 박관용의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모든 길은 소산에서 나오고 소산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의 비밀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오는 이야기로 미뤄볼 때 김영삼대통령만 몰랐지 알만한 사람이면 다아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카드가 떠오르지 않는 등 모든 퇴로가 차단된 여권은 소산(小山)게이트라는 고비를 어떻게 넘을까.
인사개입 파문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증거가 있어야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 아니냐"며 원칙론만되풀이하던 여권이 "도무지 뚫고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만 짓고 있다.한보청문회에 내보내자니 이로 인해 파생될 뒷 일을 감당하기 어렵고 내보내지 않을 경우 야권의파상공세를 견뎌낼 재간도 없는 형국이어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야권은 한보청문회 출석에서한 발 더 나아가 아예'현철청문회'를 열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때문에 여권내 일각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오던 정면돌파(청문회출석)이야기가 서서히 힘을 얻어나가고 있다. 한보사태에 대한 국민적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사 등 국정전반에 대한 광범위한현철씨의 개입이 하나씩 입증되고 있는 상황은 법적 차원을 넘어 무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여권을 내몰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국민적 의혹과 불만은 한보때보다 더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권이 심각한 공백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라고 한숨지었다.
이같은 반응은 신한국당내에서 계파구분없이 일치하고 있다. 일부 민주계 핵심인사나 일부 소산계로 분류되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현철씨 문제에 대한 회피가 자칫 여권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내몰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현철씨가 직접 청문회에 출석,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는 방법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다 여권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현철씨의 한보청문회 출석선에서 국민적 의혹과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재 여권에서는 누구도 이에 대한 자신있는 대답을 하는 이가없다.
그러나 신한국당지도부가 청와대에 현철씨의 청문회 출석을 직접 건의했다는 소문은 아직 사실이아닌 듯하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의원들끼리 삼삼오오 이야기하는 정도지,궁지에 몰리고 있는 청와대를 향해 아들을 사지(死地)에 내보내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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