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현대인에게 하나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책을 통한 간접 체험의 기능은 옛말이다. 단순히 문학의 소비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창작현장에 뛰어들어 문학 생산인구로의참여를 원한다. 이같은 문학에의 욕구를 뒷받침해주는 공간이 바로 '문예대학'이다.80년대 후반부터 대구지역에 하나둘씩 생겨난 이들 문예대학들은 현재 모두 10여곳. 대구시인협회 시인대학, 대구시인학교, 시와 반시 문예대학, 대구문학아카데미, 반월문학회, 계산문화관 문예창작워크숍등이 대표적이다. 시 소설창작강좌와 문학이론수업, 문학기행, 저명문인과의 만남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강좌가 진행된다. 강사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소설가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따금 특강형식으로 지명도높은 문인들을 초청, 강연을 갖는등 문학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다뤄 창작의 산실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수강생은 주부와 직장인, 학생등 20대부터 60, 70대까지 다양한 계층·연령대로 보다 체계적으로문학을 배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전업시인, 소설가가 목표는 아니지만그렇다고 단순히 여가활동을 위한 것도 아니다. 문학을 통해 언어에 대한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정신활동으로서의 문학을 나름대로 조탁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학을통해 정신적 여유를 되찾고 생활의 결을 보다 윤택하게 다듬어내기 위한 화두로 문학에 접근하고있다.
겨우내 휴강에 들어간 대부분의 문예대학들은 봄기운이 조금씩 일어나는 요즘 교재준비, 수강생모집등 새로운 강좌준비에 여념이 없다. 3월~4월초순 앞다투어 새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강좌를 열고 있는 '대구시인학교'등 일부 문예대학에서는 창작열기가 계속되고있다. 매주 목요일 수성구 만촌동 불교교육원 공덕원 강의실. 대구시인학교 회원 40여명이 문학에대한 열정을 사르는 곳이다. 강의는 주부를 위한 오전반과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등 두차례. 시인서지월씨(43)의 지도하에 현대시창작에 대해 토론하고 읽고 직접 시를 다듬어내는 사이 2~3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지난주에는 조선중기 대학자인 우암 송시열(宋時烈)선생이 만년에 '암서재'(巖棲齋)를 짓고 학문에 전념하며 후학을 양성한 곳인 충북 괴산군 화양리에 문학역사기행도 다녀왔다. 호방한 자연에 답답한 가슴도 틔우고 문학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올해로 개강 9년째에 접어든 대구시인학교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신춘문예, 문예지 신인공모, 백일장등에 당선자를 내는등 저력이 만만찮다. 지난해 각종 공모에서 회원들이 받은 상금만도 9백50만원. 액수보다는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회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올해로 8기에 접어든 대구시인협회(회장 서종택)부설 '시인대학'도 담임시인제등 밀도높은 창작지도를 통해 수강생들의 문학적 재능을 배양해낸다. 이기철 이태수 이진흥 박해수 이성복씨등 15명의 중견시인이 강사로 뛰고 있다. 17일부터 대우아트홀에서 봄강좌에 들어가는 '대구문학아카데미'는 원로시인 박주일씨가 88년이후 계속하고 있는 문예대학. 지금껏 허창옥 강문숙 이명주 박지영 김복연 정숙 유자란 곽홍란씨등 20여명의 회원들이 시인, 수필가, 동시인으로 등단하는등 남다른 성과를 올리고 있다. 5년째 시, 소설창작강좌를 열어온 '시와 반시 문예대학'도 회원들의 동인회 결성과 동인지 발간등 조직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문예대학이 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반월문학회 소설교실'은 소설창작강좌만으로 독보적이다. 그만큼 수강기간도 5개월과정으로 길다. 94년 소설가 박희섭 이연주 엄창석씨와문학평론가 신재기 박신헌씨등이 힘을 모아 강좌를 마련했다. 강도높은 강의와 집요하게 문장을다듬어나가는 회원들의 남다른 의지로 소설이 영글어간다. 지난 3년동안 회원중 일간지 신춘문예,문학상 당선자도 남녀 각 3명씩 모두 6명을 냈다. 강사 엄창석씨는 "전국 어느 지역의 문예대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성과"라며 "오로지 소설을 위해 쏟아낸 땀이 결실을 본 것"이라고풀이한다.
생활인들의 창작현장 문예대학. 문인이 되기위한 예비단계로 배움의 장이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가운데서도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기가 간직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가치가 더욱 뚜렷해진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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