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금융실명제보완 방향

정부가 마련한 금융실명제보완 방안은 산업자금으로 활용되는 검은돈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는동시에 앞으로 범죄와 부정, 비리에 관련된 자금은 철저히 색출,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우선 산업자금으로 활용되는 검은돈에 대한 면죄부는 일정 수준의 과징금, 이른바 도강세(渡江稅)만 내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실명제의 목적은 지하경제의 양성화라는 강경식부총리의 지론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장롱속에 든 거액 현금을 햇빛 속으로 끌어낼 유인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도강세의 수준이다. 산업자금화되는 검은돈에 대해 도강세를 너무 높게 책정해 이 돈을증여하는 경우보다 실익이 없을 경우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란점과 그렇다고 도강세를 너무 낮게 매길 경우 검은돈에 면죄부만 주게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이 문제는 사실상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금융실명제 보완방안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증여세율(10~45%%)을 참작해 결정한다는 복안인데 20%% 선에서 2단계로 차등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실명전환 의무기간을 넘겨 많은 과징금을 내고 실명전환한자금에 대한 자금출처조사 면제조건의 도강세를 또 물리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과징금을 물고 실명전환한 자금이라도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다시 도강세를 내야 한다. 도강세란 실명전환이 아닌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기 위한 벌금이기 때문이다.예컨대 올해 8월12일까지 가명예금 10억원을 실명으로 전환해 산업자금으로 투자할 경우 물어야할 과징금은 예금원본의 40%%(96년 8월부터 97년 8월까지 40%%의 과징금이 적용되며 그 이후1년 단위로 10%%씩 최고 60%%까지 증가된다)에다 도강세 20%%를 합해 모두 6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아무리 햇빛을 보고 싶은 지하자금이라고 해도 이렇게 과중한 벌금을 물고 지상으로 나오려 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두번의 과징금을낼 경우는 실명전환에 따른 과징금을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이 경우 이미 과징금을 내고 실명으로 전환한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서이 방안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검은돈의 산업자금화와 함께 이미 실명전환한 자금 가운데 탈세혐의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겠다는 것도 현행 금융실명제의 강도를 크게 누그러뜨린 것이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불안감 해소 차원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같은 조치들이 과거의 검은돈에 대해서는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은 앞으로 범죄와 부정, 비리에 의한 불법적인 자산의 축적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미이다.

〈鄭敬勳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