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아버지의 책임

"김병호〈주간부장〉"

봇물터지듯하는 김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 비리의혹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안타깝다 못해 무력감(無力感)에 빠져 있다.

주요공직 인사개입은 물론 군인사까지 관여한 의혹이 제기되고 한보(韓寶)에서부터 민방(民放)선정에 이르기까지 각종이권개입의혹도 속속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다 청년사업단·범민청등 비밀사조직까지 전국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알려지면서 어디 손안댄 곳이 없어 기가 찰 노릇이다.*한 젊은이의 방종

한 30대 젊은이의 무분별로 국민들은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송두리째 박탈당하는 참담함을 떨칠 수 없는것이다.

참여민주사회 시민연대는 현철씨의 비리의혹을 두고 "대통령 아들이란 이유하나만으로 아버지대신 '작은대통령'행세를 했다면 이는 '문민정부식 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 해야할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사실 한나라의 공식제도와 법규를 초월한 김씨의 월권은 지난날 왕조시대에나 볼수있는작태임에 틀림없다.

지난17일 자신에대한 각종의혹과 관련한 대국민사과문 발표자체나 내용을 보더라도 그는 아직 황태자로 착각하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국민에대해 메시지형식으로 팩스를 통해 발표한것이나 변명의 말을 늘어놓은것은 오만불손 그대로였다.

*충언 외면했던 아버지

국정문란행위로까지 지탄받고있는 그의 비리의혹은 국회청문회나 검찰수사에서 명명백백 밝혀지겠지만 어떻게 이지경에 이르렀는지 국민들은 누구의 책임인지 궁금하다.

본인이야 무지(無知)하다치고 아버지인 대통령의 방관이나 묵인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많은 측근인사들이 김대통령에게 현철씨에 대한 충언을 했는데도 묵살돼왔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정권출범초 정무장관이나 경호실장이 현철씨의 잦은 공적활동을 지적했고 지난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대표가 외국유학을 건의했다고 한다.

지방선거 참패후 당직자들에게 배포된 국정쇄신안에도 현철씨를 둘러싼 의혹이 여권에 부담을 주고있다고 지적되었다고 한다.

대구의 모측근인사도 정권초기때 현철씨유학을 권유했다는 귀띔을 하고있다.

그때 김대통령은 왜 건의나 충언을 귀담아듣지 않았을까?

아들 현철씨에 대한 의혹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아니면 아들을 두둔하고 충언이나 건의를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괘씸하게 여겼을는지 모를 일이다.

*'황태자病'사회도 한몫

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되면 대통령의 아들이란 이름으로 온갖 국정을 좌지우지, 정국문란행위를 한 그첫번째 책임을 아버지가 질수밖에 없다.

의혹에 대한 각종건의를 묵살한 책임, 그리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방치해 정국이 혼란해진 정치적 도의적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진 배경에는 권력에 약한 세태도 깔려있다.

장·차관자리 하나 얻으려고 새파란 젊은이에게 줄을댄 관료나 국회의원 공천받기위해 그의 사무실을 뻔질나게 드나든 정치인, 민방을 따내려고 줄대기에 혈안이 됐던 기업인 모두가 그를 방자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사조직을 거느리며 차기정권창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사실을 언론매체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까?

언론이 소임을 다했던들 '황태자군림'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있고 보면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것 같다. 〈주간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