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주부...공직자까지 '외제병'

"화장품·청바지등 '제2국채보상운동'에 찬물"

1천억달러를 넘어선 외채, '현철파문'으로 어수선한 공직사회, 좌초위기의 지역경제-. 이 와중에서지역 민간단체들이 90년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잇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오히려 청소년과 주부들의 외제 애용은 보편화되고 공직자들조차 스스럼없이 외제담배를 피우는등 '제2 국채보상운동'이 무색하다.

미국인들이 입다 버린 구제(구제품)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대구시 중구 동성로 속칭 로데오거리의 30여개 구제 업소에서는 다 떨어진 청바지가 새 것보다 비싼 8만~16만원에 불티나게팔리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 폴로 화장품, 리바이스 501 청바지, 양담배가 크게 유행하는가 하면 동성로, 수성구 범물동 속칭 카페골목 등지에서는 미제 밀러와 일제 기린맥주가 국산 하이트나 카스맥주보다 더 잘팔리는 형편이다.

'대구 국채보상운동'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는 공직자들도 한 몫 한다.

매일신문 취재팀이 최근 확인 결과 대구 경찰서장 8명중 2명이 외제담배를 피고 있었고 경찰과구·군청 간부, 하위 직원들도 외제담배를 내놓고 피우고 있었다.

접대용으로 오마샤리프나 디스를 내놓으면서 자신은 버지니아슬림을 피는 경찰간부가 있는가 하면 외제담배 피는 것을 추궁하자 "선물 받은 것"이라고 얼버무리는 구·군청 공무원도 많았다. 특히 관내 노인회가 최근 양담배추방 캠페인을 벌인 달성군 공무원도 상당수가 외제담배를 피우고있다.

백화점에는 출산준비물부터 생활용품까지 외제 천지다.

지역 모백화점의 경우 지난주말 외제 출산준비물 판매점인 라코라방에는 손님이 들끓었으나 국산인 아가방 모아방은 한산했다. 또 21만원짜리 일제 뚝배기,1백40만원인 영국산 접시 세트도 팔려나갔다.

국산 화장품을 사러 왔다는 주부 임모씨(29·남구 대명1동)는 "국산을 찾기 힘들다"며 "삼미-삼익악기등 유명기업의 부도가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물자 절약으로 지하철2호선 빚갚기에 나선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지부 한 관계자는 "공직자까지 외제에 무감각한 터에 제2 국채보상운동을 얼마나 확산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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