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공조 삐걱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자민련 김종필총재 사이가 이상하다. 인천과 수원보선에서 DJP연합의 위력을 과시했던 두 김총재가 불편한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두 김총재의 다툼은 이번 영수회담 성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회의 김총재가 제안하고김영삼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자민련 김총재는 '시기와 방법과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참석여부를 유보했다. 대신 그는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수회담에서는 경제문제를 비롯 폭넓게 얘기하겠다"며 DJ의 경제영수회담주장에 제동을 걸었다.이참에 김대통령에게 내각제개헌 문제를 직접 확인해 보겠다는 태도다.

두 김총재 사이가 벌어진 것은 DJ의 기자회견에 대해 자민련측이 별다른 논평을 내지도 않은 채"경제라는 게 총재들이 만난다고 해결되나"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데서 부터 감지됐다. JP가"공조 집어치워"라며 화를 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내각제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비치지 않은데대해서도 불쾌해 했다고 한다. 그동안 자민련 김총재는 여권내에서 제기되던 내각제개헌론에 상당히 고무된 상태였다.

두 김총재는 상대를 'DJP연합'에 묶어두기 위해 그동안 끊임없이 내각제와 야권 후보단일화를 과제로 기싸움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불거진 여권의 내각제개헌 파문은 JP의 입지를강화시키는 측면이 적지 않았다.

국민회의 김총재의 영수회담 제의는 김대통령과 자민련 김총재를 두루 겨냥한 이중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보와 김현철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여론악화, 최악의 경제난 등으로'하야'위기에 까지 몰린 김대통령에 대한 화해의 몸짓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정경분리 대응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내각제를 통한 김대통령과 자민련 김총재와의 제휴가능성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두 김총재의 줄다리기는 영수회담를 계기로 더욱 팽팽한 긴장관계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당의 한광옥, 김용환사무총장이 전화접촉을 갖고 변함없는 양당의 공조관계를 다짐했다지만 DJP연합은 여권의 기류와 맞물려 적지 않은 곡절을 겪을 전망이다.〈徐明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