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분노 산 정태수청문회

도대체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지 국민들은 분노에 떨었다.

으레 그러려니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한보 사태의 어느 일면이나마 진실이 규명되기를 기대했던국민들은 오만방자한 정태수(鄭泰守) 한보 총회장의 답변 태도와 무기력한 특위의원들의 모습에분노하고 허탈해했다.

정씨는 자신의 부도덕한 기업 경영으로 나라안이 물끓듯 하는데도 자책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기억이 안난다", "재판 계류중이므로 말할수 없다", "진술을 거부한다"는 식으로 일관 특위의원들의추궁을 피해갔다.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발표된 사항이나 증거가 드러난 사실조차 "재판중이어서 답변할수 없다"고 발뺌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위의원들을 역공(逆攻), 나무라기까지 하는 모습은 과연 이 땅에양심과 정의가 살아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92년 대선자금 유입 의혹과 정씨로부터 돈 받은 정치인 명단, 김현철(金賢哲)씨 관련 의혹, 한보특혜 대출 진상이 규명될것을기대했다. 그러나 정태수 청문회를 지켜본 결과 증인을 다그칠 제도적 장치없이 벌이는 청문회는절차에 따른 통과의례일뿐 의혹 규명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임을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증인으로 채택된 42명이 모두 이런 식으로 발뺌한다면 청문회는 하나마나 뻔할것임이 명약관화하다. 때문에 우리는 후안무치한 정씨의 답변태도에 분노하는 한편으로 준비가 불충분한 상태에서청문회에 나와 무기력한 질의로 시종한 특위의원들의 자세 또한 개탄한다. 검찰 조사에 이골이난 정씨를 다루려면 상당한 자료와 증거를 수집, 빈틈없는 논리로 몰아쳐야할 것인데도 치밀한준비자료 없이 그동안 신문에 보도된 수준으로 그를 상대하려 한것부터가 잘못된것이었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청문회의 본분인 '진실 규명'에 매달리기보다 지역구민을 의식한 장광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동료 의원 비호를 위해 여야간에 상대방 말꼬투리 잡기와 '현철 공천'시비, "한보와 무관하다"는 특위의원의 자기 변명은 보기 민망한 장면이었다.

여야는 좀더 치밀한 사전 준비와 당리당략을 떠난 청문회 운영으로 진상규명이란 국민적 기대를충족시키기 바란다. 국회를 모독하고 국민을 우롱한 정씨를 그냥 넘겨버릴게 아니라 다시 청문회에 세우는 한이 있더라도 의혹은 반드시 규명해야 될것임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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