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청문회 무용론

"TV청문회는 과연 필요한가. 이런 식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것이 기자가 감히 내린 결론이다. 이를 지켜 본 국민들의 견해도 별로다를 바 없을 것이다. "차라리 과거처럼 남산이나 서빙고라도 있으면 천하의 정태수라도 금방 다 불텐데"라던 한 특위위원의 엄청난(?) 독백을 굳이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번 청문회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가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국민들은 "깃털이 아닌 몸통일부라도 엿볼 수 있겠지"라며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직접구치소를 찾은 기자도 그런 생각을 조금은 가졌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TV앞의 국민들은 시간낭비만 한 꼴이 됐다. 울화가 치밀어 일찍 자리를 뜬 일부 사람들은 현명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죽치고 있던 국민들은 하루를 그냥 공쳤다.요즘 세상살이가 마땅치 않은 국민들로서는 구린내 나는 권력과 금력의 이면을 들여다 봄으로써'카타르시스'를 맛보려던 소박한 바람을여지없이 무너뜨려야 했다. 오히려 사회적 스트레스만더 높여 놓았을뿐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 수치화했을 경우 아마 한보특혜비리 총액에견줄만 할것이다.

또 하루종일 TV송수신을 위한 엄청난 전파사용료가 지불됐을 것이다.

이는 결국 가진 것 없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고 사회적 불신만조장하고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4천5백만 국민의 30%%내외가 TV시청을 했다면 잡아먹은 시간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평소 도로를 가득 메우며 오가던 차들도 이날 만은 뜸했다. TV시청때문이었다.이를 돈으로 환산할 때 결코 한보비리 총액에 못 미친다고 단정할수도 없을 것이다.결국 우리는 혈세로 조성된 5조원 이상을 부도덕한 기업인의 호주머니속으로 갖다 바친 것도 모자라 정씨 한 사람의 '자물통입'을 보려고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은 것에 다름아니었다. 또 그의 입을 열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는 소속 정당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 정당의 지도부에 흠집이나 내려고 안달하는 일부 특위위원들의 재를 뿌리는 듯한 태도에서도 충분한 배신감을 느꼈다.

기자는 솔직히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더 이상 할 일을 내팽개치고 TV앞에 죽치지 말 것을권하고 싶다. 자녀들과는 더더욱 금물이다.

정신건강상 그리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충고밖에 달리 할 일이 없어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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