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 전안기부운영차장에 대한 23일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의 확신에 찬 추궁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철저한 부인자세 때문에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거의 없었다.
의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 등에 거의 다 보도된 내용을 갖고 나와 "맞느냐", "사실이 아니냐. 바른대로 말해라"는 등 강압적 윽박지르기로일관했으나 증인의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에 속수무책이었다.
○…의원들의 추궁은 고급국가정보의 유출설 등 김씨와 김현철씨와의 관계및 김씨의 전횡에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김씨는 "한마디로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철씨를 한두달에한 번 정도 호텔식당 등에서 만났으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정도였지 그 이상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요즘 설과 유언비어가 사실을 압도하는 분위기"라면서 "나는 양심에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김씨는 "안기부의 정보 차단체계는 무섭다"며 "나는 인사와 예산을 담당했고 정보를 취급할 수있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정보유출설을 부인했다.
안기부의 예산을 전용, 현철씨의 사조직 관리비로 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94년 국회 정보위가생긴이래 안기부예산은 정보위에서 심의하도록 돼 있는데 무슨 재주로 그렇게 하느냐"고 부인했다.
김씨는 현철씨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고는 "열심히 일하고 겸손하다"며 "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깨끗한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그는 또 '현철씨가 대통령을 위해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고 "현철씨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는 말도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안기부의 기구나 직책언급에서 A지부 B지부 등의 표현을 쓰는등 보안유지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현철씨를 둘러싸고 단물을 빨아먹던 세력이라는 표현으로 현철씨의 국정농단을 비판한김덕룡의원 발언과 관련, 김씨는 "기사를 읽어 보지는 않았으나 착잡함을 느낀다"면서도 "김의원은 나를 김영삼대통령에게 소개해 준 분으로 또 평소 나를 많이 지도해 줘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시절 강사였던 이홍구신한국당 고문에게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은사인데 이름이 나오게 돼 죄송스럽다"고 말했다.○…의원들은 김씨를 '안기부의 실세, 김부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그의 전횡을 추궁했지만김씨는 "차라리 나를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반박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인신공격성에까지 이르자 김씨는"그런 말은 삼가해 달라. 서로 인격적으로 하자"고 반발하기도 했다.일부 의원들은 질의 초점을 저질쪽에 맞추기도 해 비난을 자초했다. 19일 이석채전청와대경제수석에게 "증인의 관상을 보면 삼재(三災)가 끼어 있다"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던 자민련의 이인구의원은 이 날도 "모호텔에서 방 세 개를 잡아 여자들과 술을 먹고 자기도 했다는데"라는 질문에이어"현철씨의 채홍사 노릇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냐"라고 묻는 등 저질 질문으로 일관, 김씨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삼가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김씨는 답변 도중 자주 오른 쪽 눈을 깜빡거려 왜 그러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안기부에서 불철주야 근무하느라 안면근육경련증에 걸렸다"고 답했다. 김씨는"안기부에 있으면서새벽5시 반에 출근해 밤9시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씨는 이날 증인대기실에서도 자신의 좋지 않은 건강상태를 보도진에게 하소연하며 "술을 먹으면 안된다는데도 요즘은 정말 술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숨짓기도 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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