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관장은 고향에 90노모를 모시고 계신다. 번잡한 공무에 밀려 수시로 뵈러가진 못하지만 가 끔 시골 집에 내려가면 대문간에 서있는 아름드리 대추나무를 쳐다보며 해보는 말이 있다고 한 다.
'이놈의 대추나무야, 제발 좀 덜 열려라' 열매가 많이 열릴수록 출향해 있는 자식들 나눠주려고 대추를 따서 씻고 말리고 다듬는 잔일손 거리가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노모가 힘드시게 되니까 ' 좀 덜 열려라'는 주문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추열매가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그래서 자식을 위한 일거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 히려 더 기뻐지는 것이 이세상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러한 '베푸는 사랑'의 의미를 대추나무를 통해 깨닫고 실천해온 그 기관장이 최근 북한동포 돕 기 운동을 놓고 자그만 갈등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측의 모금금지 권 유 공문(公文)과 아이들에게 사랑의 정신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자로서의 신념이 서로 맞부딪치리 란 추측에서다.
모금법(法)만 따지는 공문지시가 옳을 수도 있고 자율적으로 우러난 사랑의 실천을 굳이 막을 것 없다는 쪽이 옳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이미 각 종단과 시민단체에서는 두 달째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하고 있고 1차모금에서만 17억원 정도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 돈중에는 교육부등에서 말리고 있는 학생들의 개별성금이 포함돼 있다.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 스승의 날 , 부처님오신날이 들어 있다. 모두가 자비와 사랑의 고귀함과 소중함을 기 리는 날들이다.
사랑을 통해 커가고 변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갈 수 있 는가를 어른 스스로 보여 주면서 가르쳐야 할 때다. 성철스님도 불교의 근본은 자비고, 자비는 곧 남을 먼저 배부르게 해야 나도 배가 부른 것이므로 내 굶어죽는 것 걱정말고 남 공양을 먼저하라 고 설파하셨다. 단한번 외식을 절약하면 4인가족이 2만원은 보탤수 있다. 그돈은 북한 어린이 7명 을 한달간 생존시킬수 있는 옥수수 값이다. 그러나 그런 절식의 모범을 보이기는 고사하고 어느 도교육청에서는 '한끼 절식 나누기 운동'이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며 모금운동을 예방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기에 요즘 신바람 건강법으로 '뜨고'있는 황수관 박사에게 직접 이렇 게 물어 보았다.
"한끼 절식이 끼치는 육체적 해로움과 나의 절식으로 북한 어린이를 살릴 수 있다는 남을 사랑하 는 마음, 평화로운 마음,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쁜 웃음이 주는 건강효과중 어느 쪽이 더 유 익할까요"
황박사의 대답은 이랬다. "밥 한끼 굶었다고 건강에 무슨 지장 있습니까. 좋은일 하기 위해, 또 좋아서 굶는 것은 즐거움을 줍니다. 기분 나쁘게 먹는 것보다 즐겁게 굶는 것이 더 건강에 좋지 요"
북한 동포돕기 주장이 감성적인 동정일지도 모른다. 군량미 전용의 의혹과 문제 역시 없지 않다. 북한 정권의 수용태도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저런 정치적 문제까지 저울질해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런 문제는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는 그저 나에게 힘이 있을 때 어려운 남을 , 더구나 동족을 돕는 일은 좋은 일이고 필요한 희생이라는 인도적 세 계관과 때묻지 않은 인간성을 아이들에게 길러 줘야만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순수한 사랑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옳다고 믿는 다수 교육자들과 아이들에게 북한 동 포돕기를 궁색한 이유로 막으려 들지 말라. 더구나 사랑을 가르쳐야할 이 좋은 계절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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