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미술 역사적 시각서 조명

밀레의 명화 '만종'에는 본래 아기의 시체가 바구니속에 담겨있었고 '이삭줍기'는 밀레를 공산주의자로 오인하게 했다.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현대미술을 역사적·사회적 상황속에서 살펴 본 '시대와 미술'(영남대출판부)을 출간했다.

십수년째 세계 유수미술관을 순례하고 그림그리기를 해오고 있는 박교수는 사회과학자의 시각에서 작품의 시대적배경과 잘못 알려진 사실 등을 담아 미술에서 근·현대의 역사찾기를 시도했다.혁명의 18세기를 그린 들라크루아, 노동의 19세기를 표현한 밀레, 전쟁의 20세기를 대표한 피카소등 현대미술의 거장 1백여명의 작품세계를 그림과 함께 일반인도 알기쉽게 풀었다.이 책은 크게 눈에 보이는 자연을 재현한 프랑스적인 흐름과 마음에 보이는 사회를 그린 독일적인 흐름으로 대별된다. 현대회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온 미술책과는 달리 20세기의 현대미술까지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박교수는 들라크루아나 앙그르는 제국주의적 입장에서 동양을 왜곡한 오리엔탈리즘화가로, 그리고 밀레는 단순한 농민화가가 아니라 혁신적인 민중화가로 인식했다.

또 인상파화가를 부르주아화가로 보는 한편 피사로 쇠라 시냑은 민중의 입장에 서서 아나키즘적열정을 지닌 화가로 평가한다.

피카소에 대해서는 입체혁명성을 인정하나 그 계열인 세베리니를 비롯한 미래파 등의 기계·전쟁찬양에 대해서는 아주 비판적이다. 모딜리아니를 비롯한 파리파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에 지친 화가들로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2부에서는 고흐와 뭉크를 20세기 표현파의 선구자로 인식하고 어떤 미술사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레핀, 콜비츠, 바를라흐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박교수는 칸딘스키를 비롯한 추상파의 본질을 부르주아에 저항한 종교적 심성에서 이해하면서도비판적인 시각을 빠뜨리지 않고 초현실주의에 대해서도 저항성을 인정하면서도 비판했다.미술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글을 써 온 박교수는 "서양의 미술유행을 맹목적으로 좇는 것도 문제다"며 "난해한 작품을 미사여구로 합리화하는 경향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박교수는 "미술은 시대에 따라서 사회적으로 조건지워지지만 동시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성의 새로운 계기를 창조해야 한다"고 결론 짓고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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