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멋진세상-길보트 차트

'길보드 차트'. 리어카 음반판매상의 '입김'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현재 '길보드 차트' 1위는 '최신가요 모음집'. H·O·T, 업타운등 톱가수들의 최신가요들을 모은'해적판테이프'. 단돈 2천원. 24개의 수록곡을 따로 살때 10만원가량 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2주 주기로 새로운 음반이 발매되면서 길거리 음악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진짜(정품)를 다 사지는 못하니까 음질이 좀 떨어져도 사게 된다"고 한 10대는 말한다.'최신가요 모음집'의 인기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순발력 넘치는 제작방식이다. '올망졸망'한 학생들이 "(뭐뭐) 없어요?"라고 물어오면 판매책들이 기록했다가 제작자들에게 전달한다.10대들처럼 마니아는 아니지만 "신세대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20~30대 직장인들도 주고객. 승용차에 한두개의 최신가요를 비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싸구려' 불법복제음반 시장은 판매량이나 파급력에 있어서도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영상음반협회는 그 규모가 1천억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대구시 동성로 일대 소위 '목 좋은' 곳에자리잡은 리어카의 경우 평일 하루 3백여개의 테이프를 판매한다. 1개당 1천원씩 마진을 잡으면월수입이 1천만원선.

따라서 정품판매업소에서는 '눈엣가시'. 도매업체인 킹 레코드 최모과장은 "이들 때문에 20%%이상 매출액 손실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돈 안들이고 이만큼 홍보해주는 것이 어디냐"는 옹호적인 시각도 있다. 최근 음반제작업체들이 리어카판매상들을 홍보에 이용하는 경우까지도 생기고 있다. 이러한 것은 '존재의 이유'가 정품보다는 '길보드'에서 먼저 '떠' 대히트 친 것이나, 최근 가요순위 집계의 대상자중 상당수가 '길보드'를 애호하는 10대층이라는 점때문이다.

최근에는 EMI SONY BMG등 대형레코드사들마저도 '길보드형 제작방식'을 응용한 인기곡 모음집을 시판 국내 음반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TCR레코드사의 자료에 따르면 '메가히트''파워 오브러브''닥터 댄스'등 짜깁기 앨범들이 판매순위 1-5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CD판매량의 50%%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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