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경주문화엑스포'-이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저는 문학, 혹은 문화를 전공하는 교수로서, 문화행정을 맡아보았던 행정가로서, 그리고 88올림픽대전엑스포 유니버시아드 등 국가적 행사를 주관해 보았던 경험으로 보아 경주문화엑스포는 잘하면 21세기를 여는 전세계에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이건 너무 소재가 좋습니다. 지구위에 이걸 할 수 있는 곳은 서안(西安), 교토, 로마 등 아무리 꼽아보아도 10곳도 채 안될 것입니다만 그중에서 한국의 경주가 문화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1세기벽두에 먼저 치고 나서는 것은 한국인의 문화적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세계에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문화엑스포를 할수 있는 곳은 아마 경주뿐일 것입니다. 가령 대전이 과학엑스포라면 좋은데 대전 문화엑스포라 했다면 어떨까요. 마땅히 해야할 곳에서 또 당연히 해야할 시점에 그걸하겠다고 나선 경북사람들의 놀라운 발상과 참신한 추진에 경의를 표합니다.

세계는 '정보공간' 이동

저는 21세기를 맞이하여 세계는 국가적 발상에서 글로벌 발상으로, 물리적 공간에서 정보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주, 그 천년의 미소도 이러한 글로벌 시각과 정보공간이란 개념에서 재생해야 할 것입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이 고대 공룡의 DNA를 살려 현대에 접목시켰듯이, 신라문화의 DNA를 21세기의 지구시대와 정보공간 이라는 문맥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경주문화엑스포의 기본개념이 아닐까생각합니다.

21세기는 지금까지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양자택일 문화로부터 이것과 저것이 뒤섞이는 양자병존의 문화로 옮겨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경주문화는 한마디로 양자배타적(exclusive)인 문화가아니라, 양자 포함적( (inclusive) 문화입니다.

경주가 21세기 문화의 맥락 속에서 재생 확대해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양자병존, 양자포함적 형태의 대표적인 것이 보존과 개발이라는 앤티너미(antinomy), 도시와 자연이라는앤티너미, 토착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의 앤티너미 등입니다.

이러한 앤티너미는 경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과거 경주가 전형적으로 '회통'(會通), '원융'(圓融), '화정'(和諍)했던 문화를 쌓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를 재생시켜 앞장서 해결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21C여는 세기적 행사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21세기는 오지 않습니다. 시간적인 21세기는 오더라도 문화적으로는여전히 20세기인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경주문화엑스포는 문화적으로 20세기를 청산하고 21세기를 여는 세기적 퍼포먼스(performance)입니다.

개발과 보존은 절대 대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상승해 가느냐가 21세기의 최대의 과제입니다. 경주는 그러한 조화의 새 모델을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피렌체는 도시마케팅이란 새 개념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고, 파리는 개선문 밖에 신 파리를건설함으로써 구 파리를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정보공간 문제와 관련하여 경주문화엑스포에 가상현실 즉,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를 도입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천년역사를 현재에 끌어들이는 일종의 타임터널이며,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니라 실감나는 체험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실감나는 체험 되게끔…

가상공간을 통하여 월명가의 월명대사가 달밤에 피리를 불며 걸어갔던 길을 똑같이 걸어갈수가있고, 수로부인의 드라마를 그대로 볼 수 있고, 이미 사라져 버린 구층탑을 복원하여 만져 볼수도있는 것입니다.

정보화시대에 정보공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 속에 경주문화를 재생시키는 것, 그 자체만으로굉장하지 않습니까? 세계가 깜짝 놀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경주의 플라스틱 간판들을 제발 철거해 주십시오. 천년고도에 어울리는 문화적간판 정비만으로도 저는 경주문화엑스포 개최의 의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 문화부장관 현 이화여대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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