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격랑속 휩싸인 신한국당

신한국당이 극도의 혼란상황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대선자금 입장표명쪽으로 다시 방향을 돌리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돼버린 이회창대표가 반발하는 기색이 뚜렷한 데다 여타 대선주자들이 결사적으로 이대표의 경질을 주장하는 등당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여권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고 당내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당내의원들사이에서는 "여권이 붕괴하는 것 같다. 난파선꼴이다","이러다가는 공멸하는게 아니냐","여권분열로 야당이 집권할수도 있다"는 등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를 추스를 지도력이 전혀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관심은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갈등조짐이다. 이대표는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30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사전에 전혀 들은 바 없다"면서"28일 청와대 주례보고때 대선자금문제에 관해 당대표로서 충분히 얘기하겠다"고 언급, 청와대의 입장변화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대표직 사퇴와 관련,"기존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정면돌파도 불사할 뜻을 시사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주례보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서김대통령이 이대표에 대한 보호막역할을 하지 못하고 갈등이 표출될 경우 당은 혼란국면으로 진입할 게 뻔하다.

현재 다른 일부 대선주자들은 이대표를 향해 야당의 공격수위에 못지않게 격렬하게 비방하고 나섰다.

이한동고문은 "청와대 주례보고뒤 이대표가 대선자금 공개불가를 밝힘으로써 김대통령은 대선자금 문제를 이대표에게 떠넘기려 한 부덕한 지도자로 몰리게 됐다"면서 '혼돈의 장본인'등 격한표현을 총동원하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찬종고문도 "이대표가 끝까지 대표직을 지키겠다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고 위협하며 "대통령이 전국위원회에서 새 대표를 지명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기회에 대표직을 사퇴시키지 못할 경우 대세론이 굳어진다고 판단,사생결단의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특히 28일 이대표주재의 고문단회의,29일 대통령과의 오찬회동과 전국위원회에서 이를 거세게 거론키로 했다.

한편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회창진영과 반이회창진영 등의 대립이 심화, 경선레이스가 복잡하면서도 격렬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최형우고문이 6월초 쯤 대선주자와 관련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있어 이를 계기로당기류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상황에 따라 당은 혼미의 늪으로 빠져들고 끝내정가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여권의 분열상태로까지 진전될지 모른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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