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담화결정과 정국전망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입장표명은 결국 30일 대국민 담화 형식을빌려 직접 밝히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대국민담화 결정 직후 "김대통령은 이제껏 한번도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없다"며 결코 번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국민담화 결정까지의 과정은 반전(反轉)의 연속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달초 대국민담화 발표를 구상, 관련 수석실에 문안작성도 지시했으나 "불과 몇개월만에 또 담화발표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반대론이 고개를 들면서 일단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1일께 고위당정회의를 소집,'포괄적 언급'을 하는 방안이 나왔고 각 수석실의 의견을 종합해 만든 초안도 김대통령에게 제출됐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김대통령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좀더 생각해 보겠다"는 유보적 반응을 보이면서 참모진들의 의견이나 건의를 시큰둥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23일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청와대에서의 주례회동 직후'공개불가'방침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기에 이르면서 김대통령의 직접 입장표명은 무산된 것처럼 여겨졌다.그러나 26일 오후부터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 등 참모진들이 들끓는 비난여론을 앞세워 입장표명의 필요성을 잇따라 개진, 마침내 김대통령은 27일오전에야 고집을 꺾고 "직접 하겠다"고 결심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상대로 대선자금을 밝히기로 한 전격적인 결심과정과는 대조적으로 담화에 담길 내용은 현실적인 제약때문에 국민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정치권에서는 이번 대국민담화에 담길 내용이야 어떻든 김대통령이 일단 여론을 수용하는 자세를취함에 따라 경색정국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야권에서도 그동안 계속 대여(對與)공세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는, 즉 김대통령에게 탈출구만은 열어주는 제스처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의담화발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관계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분석도 나오고있다.

그러나 대선자금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서 임의로 매듭짓고 수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대통령의 입장표명은 대선자금 파문의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신한국당총재 자격으로 29일 이대표를 비롯한 신한국당 대권예비주자 9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회동을 갖고 신한국당 전국위 개최에 앞서 정국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예정이다.

김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여권 대권예비주자들과 만나 정국현안에 대한자신의 입장을 전하기로 한 것은 대국민담화 결심과 거의 동시에 정국타개의 해법으로 계획됐을것이란 점에서 이 또한 주목의 대상이다.

김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결단의 주사위를 던진 셈이지만 대국민담화 발표나 당내 경선에 대한 입장표명 자체만으로는 정국처방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메시지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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