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철씨 비리...남겨진 의문

검찰은 김현철(金賢哲)씨가 나사본 잉여자금으로 보이는 1백2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기업체로부터 이권청탁 대가와 활동자금으로 66억여원을 받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현철씨 비리의혹 사건을 사실상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수사가 마무리된 양상이지만 △대선자금 잉여금의 출처및 사용처 △추가 은닉비자금 여부 △이권개입과 관련된 영향력 행사 여부 △현철씨와 한보특혜대출의 관계등 여전히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불씨로 남게 됐다.

한편 당초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던 관측을 깨고 "현철씨 비자금 1백20억원중 상당 부분은 나사본에서 넘어온 잉여자금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공개 불가능' 담화로 사실상 미궁속에 빠져든 92년 대선자금 중 극히 일부분이지만 현철씨가 직접 조달해 관리한 자금의 규모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검찰 고위관계자는 "대선자금 잔여금 공개 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을벌였으나 그냥 덮어버릴 경우 수사 은폐의혹과 여론의 집중포화가 일 것으로 예상돼 드러난 사실만큼은 밝히기로 했다"고 밝혀 공개 여부를 놓고 검찰내부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현철씨는 비자금 잔고로 갖고 있는 70억원을 전액 국가에 헌납하겠다며 각서까지 작성했지만 과연 이 부분이 남은 비자금의 총액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철씨는 이성호(李晟豪).김기섭(金己燮)씨를 통해 관리한 1백20억원 외에도 66억여원을 기업체로부터 받아온데다 현철씨가 자금 사용처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어딘가에 묻혀 있을 추가 비자금의 존재는 얼마든지 추측이 가능한 상태다.

현철씨가 이권청탁의 대가로 받은 돈에 대해 실제로 관련 부처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도 향후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은 현철씨의 이권개입 혐의에 대해 20여일간 집중수사를 벌였으나 밝혀낸 내용은 거의 없는상태다.

특히 대가성이 없는 이자명목이라곤 하지만 현철씨가 조동만(趙東晩) 한솔텔레콤 부사장으로 부터 받은 15억5천만원의 경우 한솔그룹이 문민정부 최대이권중 하나인 개인휴대통신(PCS) 장비비제조부문 사업자로 선정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어서 보강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호건설이 관련된 서초유선방송국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한 수사도 계속될 것이어서 파장이예상된다.

향후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이들 이권사업과 관련, 정부 정책결정과정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입고 심지어 "처음부터 사업자 선정을 다시하자"는 등 경제계의반발이 일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감지되고 있다.

이와관련, 수사관계자는 "현철씨의 영향력 여부를 캐다보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향후 수사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검찰의 입지를 내비쳤다.

검찰은 현철씨와 한보특혜대출의 관계에 대해선 "심증은 가지만 구체적인 입증은 안되는 상황"이라고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진 않은 상태다.

한보 수사로 말미암아 현철씨 수사가 이어진 이상 실제 한보와의 연관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버릴 순 없다는 것이다.

심재륜(沈在淪) 중수부장은 "수사는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다. 언제라도 새로운 범죄단서가 포착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해 아직 수사여지가 남아있음을 분명히했다.한편 검찰은 한보재수사와 관련, 김시형(金時衡)산업은행 총재, 장명선(張明善)외환은행장, 장만화(張滿花)서울은행장등 은행장 3명이 사실상 사퇴하는등 충분한 책임을 진 만큼 은행장들에 대해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 두 청와대 전직 경제수석들은 한보대출에 개입한 정황이뚜렷한 만큼 금품수수 여부를 계속 수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은 한보 1차 수사에서 여.야의원 4명을 구속한데 이어 이번 재수사과정에서 정치인 33명을소환, 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정치인 12명을 사법처리했지만 한보배후 수사는 미완으로 남은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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