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있는 일이다. 올해는 남한과 북한이 우연하게도 같은 정치적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순조로운 권력이양'이다. 남한에서는 오는 12월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미 선거에 나갈 후보자를 뽑아 둔 상태이고, 신한국당은 후보자 선정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신의 포부를 알리려는 각 당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벌써부터 부산하다.북한에서는 김정일이 조만간 주석자리에 오를 것 같다. 지난94년 7월8일 김일성 사후 지금까지김정일은 아버지를 추모한다는 이유로 주석 취임을 미루고 있다. 아버지의 카리스마를 빌려 권력기반을 충분히 다진 다음 주석 자리를 이어받으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김정일을 지극한 효심의표상으로 만드는 일은 올해까지로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남한과 북한에서의 '순조로운 권력이양'이 민족의 번영과 발전에 대단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남한의 대통령 선거가 공정한 게임의 규칙에 따라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가 지난날처럼 지역, 계층간의 갈등이나 부패, 혼란 등으로 깊은 마음의 상처만 남길 경우, 단언컨대 우리의 미래는 없다. 대통령 선거는 우리가 21세기로 나아가기 위해 지나야하는 문턱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에서 북한의 권력승계도 평화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최고인민회의의 선출이라는 것은 형식일 뿐 사실은 세습에 의해 권력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일성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되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보통, 평등, 비밀, 직접선거라는 절차, 그리고 수행능력에 의한 권력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북한을 이해하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다만 우리는 현재 진행중인 북한의 권력승계가 예측 가능한 과정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그럴여지는 별로없어 보이지만 만에 하나 이 과정에 예기치 않는 사태가 일어나 체제가 불안해지기라도 하면 그것은 북한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출발하는 새 대통령과 새 주석에게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힘을 쏟아야 할것은 경제문제다. 남한은 물가와 무역수지 적자 등을 해결해야 하며,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구조 조정을 해야한다. 반면에 북한은 당장의 식량 부족과 소비재 물품 부족을 해결해야 하며, 외부세계의 도움을 얻기 위해 개혁개방을 해야한다.
다행히 이와같은 문제들의 상당 부분이 남북한 사이의 협력을 통해 풀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도 새 대통령과 새 주석이 열어야 할 일이다. 김일성 사망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년동안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 통로는 끊겨져 있다. 식량지원을 위한 적십자 창구가 겨우 가동되고 있으며 국제기구나 제3국에서의 간헐적 접촉이 있을뿐이다. 지금 남북한은 어느쪽도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갖고있지 않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간 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새 대통령과 새 주석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임무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이끌어 나갈 새 대통령은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새주석은 정해져 있으나 새 대통령의 선택은 우리 몫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