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黃長燁)씨가 관계당국의 조사과정과 10일 기자회견에서심각한 식량난에도 불구, 북한이 전쟁시나리오에 따라 전쟁준비를 완료해 놓고 시기만을 노리고 있음을 폭로해 충격을 던졌다.74세 고령의 몸을 이끌고 목숨을 건 탈출끝에 황씨가 폭로한 북한의 전쟁준비상황은 그가 북한내최고권력층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제기됐던 어떤 증언과 폭로보다도 무게감과 위기감을 주고 있다.
황씨는 기자회견에서 "김정일은 남침시나리오를 김일성 사망 2년전에 최고사령부 '작전조'와 함께 수립해놓았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수립한 전쟁시나리오는 한마디로 미국의 개입전에 전쟁을 끝낸다는 속전속결 전략.특히 특수부대원에게 한국군 군복을 입혀 북측지역에 침투한 것으로 위장한 후 한국군이 먼저 도발했다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략지대에 5~6분동안 미사일, 방사포등을 쏘아 잿더미로 만든 후 미군 증원전에 부산까지 밀고 내려간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이 개입하려 할 경우에는 도쿄등 일본의 몇개 도시를 화학무기가 장착된 장거리 미사일로초토화하고 '인간어뢰'와 항공기에 의한 자살특공대로 미 항공모함을 공격, 한국전쟁 참여를 반대토록 미국여론을 유도한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게 황씨의 증언이다.
이같은 전략은 남한이 북한에 비해 경제력이 앞서지만 미국 등 우방이 개입하기전에 우세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끝내면 1백%% 이길 수 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실제로 전쟁을 6개월이상 끌지 않겠다며 전쟁물자를 6개월분만 비축해놓고 있다고 황씨는폭로했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은 이것만이 아니다.
북한은 통일전선전술에 따라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 남한 후방지역에 게릴라나 공작원을 투입해사회혼란을 조장함으로써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배합하고 전선을 2개로 만들어 교란작전을 벌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황씨는 밝혔다.
황씨는 "한국의 정정이 더 혼란상태에 빠지는 때가 도발의 최적 시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남한내 지하조직을 이용, 혼란을 조성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력이 여타 분쟁지역으로 쏠릴 때 도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과거에 북한이 도발의 호기라고 보았던 시기는 '4·19'였다"면서 "지금은 대선상황을상당히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 "황씨의 증언은 이미 우리 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전쟁수행전략과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추가된 사항과 실현가능성, 우리측 대응책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분석,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올 연말 대선국면을 틈탄 북한의 남한내부 혼란조장이나 국지전 도발, 기습남침 등에 대비해 한미간 군사공조와 즉응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날로 대두돼 가고 있는 북한붕괴론에 따른 감상적인 대북동정론과 해이해지고 있는 대북경계심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식량난에도 불구, 전쟁준비에 열을 올리는 북한 권력집단의 이중성에 대해 국민들이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북한체제현실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특히 대선국면을 이용한 북한의 통일전략전술에 대비, 안보의식을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10일 이른바 '황장엽리스트'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인하면서도 " 황씨가 득문한 북한의 대남공작 관련사항과 평양 및 해외체류시 접촉했던 국내외 인물들에대해 대공수사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추적중"이라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검찰은 앞으로 정밀조사를 벌여 대공용의점이 분명한 인사들에 국한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을 앞두고 공안정국이 조성되거나 대선과정에서 색깔시비가 재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북한의 도발위험성이 다시금 확인됐지만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굳건히 한다는 기존의 정책을 고수할 방침이다.50년간 준비해온 무력밖에 의지할 게 없는 북한을 막다른 골목길로 몰고가 불필요하게 자극함으로써 자살행위식의 도발을 하도록 하는 정책적 미스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것이다.이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동포애적,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과 4자회담, 대북경수로 사업은 북한측의 특이한 반응이 없는 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북한의 최근 전쟁개념이 남한에 대한 공격뿐아니라 일본 및 미국을 포함한 전략으로확대돼 가고 있음을 중시, 일본, 미국측에 대해서도 북한의 전쟁준비 강화와 군사력 팽창문제에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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