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대북 2천7백만$ 식량지원 배경

"4자회담 수락에 무상원조 화답"

미국무부가 14일 발표한 2천7백만달러 상당의 대북 추가 식량원조는 그 규모나 신속성면에서 평양에 대한 일종의 '화해 손짓'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긴급 대북지원 호소를 내놓은지 불과 닷새만에, 그것도 WFP 호소액인 4천5백70만달러의 절반 이상을 선뜻 떠맡겠다고 결정했다.

니컬러스 번스 대변인은 이와 관련, "미국정부는 WFP의 대북 지원호소를 존중, 이같은 결정을내렸다"면서 "북한에 지원되는 10만t의 곡물은 미공법 480조에 따른 무상원조 형태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세번째로 단행되는 이번 대북 식량원조는 규모면에서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게 특징이다.

지난 2월과 4월 WFP가 비슷한 규모의 1, 2차 지원호소를 내놓았을 당시 미국은 각각 1천만달러와 1천5백만달러를 지원했으나 이번에는 원조액을 2천7백만달러로 대폭 늘렸다.또 지원대상도 지난 1, 2차 원조 당시에는 6세 미만의 어린이로 제한했지만 이번 3차 원조에서는어린이 외에 노약자도 수혜대상에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곡물원조의 분배감시를 WFP에만 맡겼지만 이번에는10만t 가운데 5만5천t의 분배감시를 미국 민간자원단체(PVO)들이 담당하도록 했다.국무부는 이처럼 대북원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데 대해 "미국은 국제사회가 실시하는 인도적 원조의 최대 공여자로서 그동안 WFP의 호소를 항상 존중해왔다"면서 "식량원조와 한반도4자회담 등 정치적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즉, 인도적 차원의 원조와 정치적 사안은 결코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게 미국의 변함없는 원칙이라는 것.

그러나 미국이 WFP의 지원호소에 이례적인 '선심'으로 비쳐질 정도로 신속 과감한 결정을 내린것은 아무래도 평양정권에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는 게 외교 관측통들의 지적이다.특히 최근 북한은 한·미 양국이 제의한 한반도 4자회담을 수락, 내달 5일 뉴욕에서 예비회담을갖는데 동의한 것과 관련, 평양측에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에 성의를 보이면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질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4자회담에 응해 남북한 대화 등이 활성화되면 그들이 당면한 경제·식량난을풀어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게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국무부는 그러나 북한이 당면한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스 대변인은 "장기적인 차원의 대북원조 계획은 없다"면서 "공산주의 경제철학이 실패한 것은소련과 중국, 쿠바 등에서 이미 입증된 만큼 북한은 정치·경제체제를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미국이 이번 3차 식량원조중 절반 이상의 분배 책임을 미국 비정부단체들에게 맡긴 것은 북한내 실상을 폭넓게 파악하면서 향후 민간차원의 대북교류를 추진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뜻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