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與) 합동연설회 뭘 남겼나

신한국당 경선은 19일 서울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전국 12개권역별 합동연설회 일정을 마치고 21일 전당대회만 남겨두게 됐다. 당초 합동연설회는 후보간 우열을 가르는 경선의 최대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경선구도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제후보가 TV토론회에 이어 중위권에서 선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경선판도를 뒤바꿀만한 '이벤트'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사상 초유라는 대통령후보 경선에서합동연설회는 대의원혁명 가능성을 예고하는 등 성공적인 정치실험이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지역구도 재현과 세몰이 경쟁 등의 부작용이 적지않았다는 이중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있다.우선 전국 1만2천4백30명을 상대로 한 합동연설회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정책과 비전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의원들이 직접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명실상부하게'밑으로부터의 대선후보 선출'이라는 당내 민주주의의 골격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동연설회를 통한 부동표의 지지도 변화는 5%%내외일 뿐이라는 지적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20여분동안의 연설을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하거나 바꾸는 일이 실제로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또 대의원들이 이미 지구당위원장들의 입장을 따라 지지후보를 내심 결정해두고 있었다는 점에서합동연설회가 후보선택의 변수가 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합동연설회는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개최되는 바람에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등 지역대결구도를 부추기고 세대결 양상을 노출하면서 당내갈등 양상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등 적지않은 후유증도 남겼다.

특히 지난 9일 대구와 11일 부산지역합동연설회는 탈법의 경연장이자 지역대결 구도가 최대한 표출된 자리였다. 두 지역에 지지기반을 가진 일부후보들은 지지자들을 대거 동원,'영남배제는 대선필패'라는 등의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연호경쟁을 벌이면서 대세몰이에 나서는모습을 가감없이 노출했다.

지역연고를 강조하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경쟁도 볼만했다. 합동연설회 첫날 경기지역 합동연설회에서부터 지역구도를 조장하는 발언은 속출하기 시작했다. 경기도에서는'경기도의 36년정치들러리시대를 청산하자'는 구호가 먹혀 들었고 강원도에서는 강원도 무대접론이나 소외론, 호남에서는 호남푸대접론이,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등 영남에서는 영남후보배제론 비판과 '영남후보 본선필승론'등이 등장했다.

거기다 후보들의 연설도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의 자질과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후보를 비난하고 지역공약을 남발하는 등 웅변대회 성격으로 변질돼갔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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