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향후 행보는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치러진 21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온종일 만감이 교차한 심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이날 전당대회는 권력이양의 첫 단계인 것이다. 특히 이번에 선출된 이회창후보는 당 총재인 김대통령의 지원이나 후견없이 어디까지나 대의원들의 자유의사에 의해 선출됐다는점에서 과거의 여당후보와는 또다른 무게와 의미가 있다.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대통령이 중압감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한 것.

청와대가 이같은 권력이동 과정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대통령과 대선후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원만하게 유지시켜 나가느냐는 것은 최대관심사다. 청와대는 일단 앞으로 국회운영과 대선관련 문제는 이후보가 주도하고 국정은 김대통령이 고유권한을 행사한다는 방향을 설정해두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선까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일 수밖에없다"면서 "만약 이후보가 차별화를 시도, 독자적으로 나간다면 자멸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경선의 후유증을 해소하고 범여권을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김대통령도 임기말 개혁 마무리와 퇴임이후 보장을 위해 이후보와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말해 이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확보했다기 보다 민정계를 업고 2차결선투표까지 가서 선출, 다수계파인 민주계 등 아직도 광범위한 당내 반이(反李)정서를 추스려야한다는 충고성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김대통령은 이후보를 최대한 지원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통령은 직.간접적인 경로로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만나 다독거리면서 빠르면 24일께 이들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하는 한편 당의 단합과 결속을 당부할 계획이다.

또 김대통령은 정치발전협의회 나라회 등 당내 계파모임을 해산토록 유도, 분파적 요소를 없애는데도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원내외위원장 모두를 한자리에 모아 단합행사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오는 9월께로 예상되는 당 총재직 이양때까지 청와대 주례보고도 계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후보 입장에서 보면 대선승리를 위해 사안별로 점차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많다. 어차피 한 쪽으로 쏠리게 마련인 권력의 속성으로 보나 구조적으로도 김대통령과의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아직 당내 지반이 취약한 이후보로서는 경선 경쟁후보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필수적인만큼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시화될 선거대책기구 구성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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