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나는 노는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대책없이 휩쓸렸다. 또 나는 파장할라치면 '왜 벌써야?' 늘 군시렁거리며 궁둥이 무겁게 버티고 앉으려는 축에 속했다. 철이 들면서 그저 즐김의방식이 조금 더 다양해지고 세련되어 갔을 뿐 '살아있는 날을 즐거워하라'는 내 삶의 원칙에는아무런 변함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내 일과표의 우선순위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빼고나면 뭔가 즐겁게 해치울 수 있는 일에서부터 매겨진다. 나는 이런 내 태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바람은 즐김에 대해 좀더 동물같이 예민한 후각과 날카로운 촉수를 가지는 것이다.
--살아있는 날을 즐거워하라
흔히 성인군자들은 아주 엄격한 원칙의 삶을 살아갔다고 믿는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 역시 틈과 여백으로 가득차 있다. 이것은 그들이 삶을 남김없이 즐기려했던 흔적들이다. 가령 공자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생의 향락자였으며 결코 삶을 추상같이 무거운 도덕률로 묶어두려했던 도덕교사가 아니었다. 이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논어'의 첫 구절을 읽어보라고 권하겠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않은가. 먼 곳의 친구가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노래하는 것으로 이에 다툴만한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공자는 결코 품위있는 일의 즐거움에만 탐닉했던 고루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즐김의 대상에서성속이나 청탁을 따로 가리지 않는 소탈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자가 먹거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서 특히 신선한 육미를 즐긴 식도락가였다거나, 누가 끌리는 노래를 부르면 꼭 따라 불러서 그것을 기필코 마스터해냈다거나, 언젠가 좋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서는 매료되어 그 좋아하는 고기맛을 석달동안이나 잊었다거나 하는것 등은 전혀 엉뚱한 풍모가 아니다. 요컨대 삶에 대한 공자의 생각은 다음같은 '논어'의 일절에함축되어 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거워하는 자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삶이란 즐기는만큼 즐거운 것
물론 기쁨은 반드시 고상한 취미에만 있는게 아니며 즐거움은 필경 요란한 파티나 시끌벅적한 축제에만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그런 기쁨이나 즐거움이 그저 포장된 선물처럼 주어지지도 않는다.그것을 느끼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 온몸의 쾌락세포들이 팽팽한 긴장상태로 한껏 열려있어야 하고 또한 여기에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삶이란 결국 즐기는만큼 즐거운 것이라고 취할수 있는만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고백커니와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생을 멋있고 세련되게 즐긴다고 자신있게 말할 형편이 아니다. 놀이판을 찾아 기웃거리는 것은 여전하고 자리를 물리지 못하여 머뭇거리는 버릇은 아직도고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한껏 무거워진 궁둥이를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홀로 고독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여전히 축제는 이어지고 황홀한 삶의 시간들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아니 삶자체가 하나의 소풍이고 축제이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전율하리만큼의 경이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이 축제같은 삶을 그냥 스치지 않고 느끼려 하며 그저 삼키지 않고 맛보려 애쓰는 것은 순전히 그 때문이다.
(부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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