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신교통 병행건설
지난5월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히로시마시는 인구1백만 규모의 크지않은 도시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 사이에 활기가 넘쳐보였다. 원폭투하의 상처는 공원, 기념물 등에만 남아있을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96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로는 시민들 사이에 자신감이 더욱 커져 과거 막부시절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자매도시답게 대구와 지형적인 면에서 흡사하다. 평지가 15%%정도에 불과한 산악지형. 65년부터외곽지가 본격개발됐으나 도심지와 연결되는 길이 좁아 갖가지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아시안게임에 대비, 서쪽지역에 각종 경기장이 집결한 광역공원이 조성되고 선수촌을 중심으로 서풍(西風)이라는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도심과의 연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 신교통수단. 일본에서 열번째로 추진된 신교통수단이지만 히로시마의 경우 신교통과 새 도로가 동시에 건설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길이 좁은 도심지에 무리하게 고가로 건설하기보다는 차라리 신도시와 도심 사이 변두리구간의 재개발을 촉진하자는 의도가반영됐다.
시관계자는 "어차피 만들어야할 도로라면 신교통수단과 한꺼번에 아래위로 건설하는게 여러가지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투입된 비용은 전체 1천7백60억엔(약13조원). 이 가운데 9백60억엔은 도로건설 등 기본 인프라비용. 정부와 시가 반반씩 부담했다. 나머지 8백억엔이 그 위로 건설되는 신교통과 관련된 비용이었다. 전체노선 길이는 18.4km. 이가운데 1.9km인 도심통과구간은 지하로 건설됐고 여기에만 2백30억엔이 투입됐다. 지하철 건설이 부담스러운 것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색깔있는 역
히로시마의 신교통수단 아스트람 라인은 역에 들어설 때부터 일본인다운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역은 모두 21개. 일곱가지 무지개색 순서대로 역마다 심벌색을 만들었다. 굳이 역 이름을 보지 않고도 색깔만 보면 어디인지 알수 있다. 출발역인 혼도오리(本通)역은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카프의심벌색인 빨강을 썼고 종착역인 광역공원앞역은 프로축구팀 산프레체의 심벌색인 보라색을 썼다.역에서 승차권을 끊으면 아스트람은 물론 연계되는 시내버스, 중심가의 노면전차까지 탈 수 있다.콘크리트 궤도위를 고무타이어 차량이 달리는 것은 도쿄 경전철 유리가모메와 같다. 그러나 운전사가 있는 것이 차이. 차체 진동이 심한 편이고 소음도 큰 것이 단점이었지만 밖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러시아워때 2분40초, 낮시간 10분간격으로 달리는 아스트람 라인이 21개역을 운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7분. 6량을 연결해 2백86명이 정원이지만 출퇴근때는 3백명이상이 승차, 콩나물 시루를 만들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이용객은 해마다 늘어 현재 하루평균 5만여명. 지난해 수입 45억엔으로 직원2백30명을 거느린 히로시마 고속교통 주식회사를 경영하는데 5억7천만엔의 적자가 났다. 신도시 입주가 늦어지면서당초 계획보다 승객이 적지만 인건비, 물류비 등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적자폭은 예상대로 유지한다는게 회사관계자의 설명. 이 관계자는"아직 개통된지 3년에 불과한데다 승객이 점차 늘고 있고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 머지않아 흑자가 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비창에서 만난 직원은"정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자체 정비능력이 20%%에불과해 이상이 생길 때마다 도쿄나 각 회사로 부품을 보내 수리하고 있다는 것. "자체 정비능력50%%가 목표"라는 그는"대구시에서도 신교통을 도입하려거든 기술이전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건설 초기부터 염두에 두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눈이 많이 올 때를 대비해 궤도를 녹일 대책을마련해두지 않아 큰 걱정"이라며 "기후조건도 신교통수단 선택의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개통후 변화
도로도 없는 변두리에 신교통까지 도입되다 보니 교통문제 해결 외에도 부수적인 효과가 컸다.신교통노선을 따라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역사 주변으로 상가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도시개발이진행됐다. 주변 땅값도 올랐다. 노선 주변부지는 시 소유지여서 투자만큼 수익도 올랐다. 시는 민간회사에 개발을 위탁, 개발이익의 절반을 운영회사에 납입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적자보전에 쓰이는 것이다.
지하철 1호선 개통에 맞춰 현재 대구시가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내버스 노선이 재편됐다.히로시마 역시 버스노선이 오래돼 정비가 필요한 참이었다고 한다. 도시곳곳을 꼬불꼬불 다니던버스는 아스트람 역까지 순환노선 위주로 바뀌었고 외곽지에서 도심까지 다니던 노선은 거의 폐지됐다. 이로 인한 버스회사의 적자분에 대해서는 시가 현금으로 보전한다.
신교통수단이 도입됐지만 외곽지 승용차 이용인구는 오히려 늘어났다. 기존 주택지에서 버스로출퇴근하던 4만명 정도는 거의 아스트람으로 흡수됐지만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린 도로는 승용차운전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관계자는"머지않아 여기도 정체가 발생, 아스트람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아스트람 라인은 전쟁의 상처를 이겨낸 히로시마 시민들의 희망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맨앞과 뒤의 차량은 노랑색, 평화와 관대함을 나타내고 있다. 차량과 역사에는 16개의 작은 원을 정사각형으로 배열, 생명·지구·평화를 표현한다. 드러나는 활기보다 속으로 상처가 깊은 사람들, 평화를 기원하는 그들의 바람이 작은 곳까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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