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 BBC 루시디작품 영화화

이란의 회교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9년째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인도 출신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가 자신의 베스트셀러 '한밤중의 아이들'을 영화화하는 문제로 또한번 회교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오는 15일 인도 독립 50주년을 앞두고 영국 BBC방송이 루시디의 원작을 바탕으로 1년전부터 준비해온 5시간30분짜리 대작 영화 '한밤중의 아이들'이 촬영장소문제로 마무리를 짓지 못할 위기에 놓인 것.

BBC 제작진은 당초 촬영장소로 인도 방갈로르를 선정했으나 인도정부는 힌두교와 회교도간의 종교 폭력사태를 유발할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로 촬영을 금지했다. 대신 이웃 스리랑카에서 촬영허가를 얻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으나 회교도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촬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

아즈웨르 등 스리랑카의 회교도 의원들은 "전세계 회교도의 분노를 사고 있는 루시디의 작품이영화화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회교로비단체 등을 총동원, 정부와 의회에 영화촬영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89년 장편소설 '악마의 시'가 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루시디는 회교원리주의자들과 5백만달러가 넘는 현상금을 노리는 암살자들의 추적을 피해 은둔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월 NBC 투나이트쇼 등 미국 TV에 깜짝출현, "어떠한 위협도내 작품과 입을 막을수 없다"는 의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경호경찰관을 파견, 루시디를 24시간 신변보호하고 있는 영국정부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은 다방면으로 루시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그러나 문화부장관을 지낸 온건개혁파인 하타미 이란대통령의 취임이후 루시디가 이란정부로부터사면받을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어 과연 그가 죽음의 도피생활에 종지부를 찍을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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