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통한 조문…오열하는 유족

"KAL기참사 합동분향소 88올림픽체육관에 마련"

KAL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13일 서울 88올림픽체육관에 마련돼 유가족의 오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조중훈한진그룹회장 등 각계 인사의 조문이 잇따랐다.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중 승무원 19명을 제외한 2백7명의 위패가 체육관이 좁은 듯 ㅁ자로 늘어서 있었고 영정을 부여잡은 가족들은 지난 6일의 사고이후 탈진한 상태에서도 뜨거운 눈물을 그칠줄 몰랐다.

분향소에는 김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져 있었으나 신한국당소속 국회의원들의 사고현장 사진촬영 보도에 격분한 유가족들은 이대표의 조화를 철거할 것을 거세게 요구하기도 했다.김대통령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위로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실의를 딛고 일어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조회장은 분향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인 이날 오전 9시쯤 유가족들을 피해 일찍분향을 끝내고 돌아가 뒤늦게 이를 안 유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가족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김창호씨(48·미국국적)의 노모는건강을 염려한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영정을 부여잡고 통곡을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또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족여행길에 올랐던 한창희씨(38·대구시 수성구) 일가족 5명의 영정은고대했던 괌여행 대신 저승으로의 마지막 먼길이라도 함께 하려 손잡은 듯 나란히 모셔져 애틋함을 더했다.

일정을 두차례나 연기한 끝에 어렵게 가족여행에 나섰다 변을 당한 대구의 이병학씨(35)와 부인최경화씨, 아들 신군 등 일가족 3명은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하는 등 기막힌 슬픔이 이어지고있다.한편 분향소 한쪽에는 유가족 실신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인하대병원 응급의료반이 대기하고있었으며 새마을운동협의회 봉사반이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이날새벽 김덕실씨(44)등 10구의 시신은 대한항공 801기편으로 운구돼 이대목동병원 등 7개 병원에분산 안치됐다.

〈金美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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