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부끄러운 한민족

미국인들은 최근 들어 한반도에 관한 소식들을 부쩍 많이 접한다.언론매체 등을 통해 전해지는한반도 관련 뉴스들은 줄줄이 터지는 한국재벌들의 부도사태에서 현직 대통령 아들의 구속, 북한의 식량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여기에다 대한항공기 추락사고까지 겹쳐 한반도가핫 뉴스의 제공처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굵직굵직한 이들 소식은 한결같이 우리를 암울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며칠전뉴욕의 지하철역에 몰려든 승객들은 대한항공 사고의 처참한 모습이 실린 신문과 잡지 등을 보고있었다.하지만 '사고기 조종사의 조종미숙'으로 추정한 기사들을 보고 이들이 무엇을 생각할까를 떠올리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이튿날에는 타블로이드판 일간지인 뉴욕 데일리 뉴스지가 14년전 남편을 잃었던 박미나씨가이번에는 동생일가 11명을 잃고 오열하는 모습을 전면에 실어 사고소식을 생생히 전했다.역시이 신문에도 조종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투로 적었으니 독자들은 엄청난 사고가 후진국형 '인재(人災)'라고 단정할 것은 뻔한 노릇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걸인신세가 되어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는 북한의 참상은 우리를 또한번 통곡하게 한다.지난주 뉴욕타임스지가 북한어린이들의 배고픈 현실을 전하며 세계식량계획(WFP)의 도움으로 게재한 한장의 사진은 북한어린이들이 바로 같은 또래의 이웃아이였으나 대부분 허기지다못해 피골이 상접하고 허리가 노인처럼 심하게 굽은 모습이었다.

며칠전 뉴욕타임스는 뉴욕에서 열린 4자예비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지대"라면서 "과거로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한반도의 진행상황이 현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함축돼있다. 이 신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는 일제식민지를 거쳐 외세 개입이 계속된 '특이한 지역'이라고 말해 우리의 숨기고 싶은 역사까지를소상히 설명해주는걸 빠뜨리지 않았다.외국인들은 조그마한 코리아를 남한과 북한으로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때문에 북한의 부끄러움은 바로 우리 것이 된다.

〈뉴욕.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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