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일 북한 경수로사업 착공식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은 19일 대북경수로 건설예정지인 함경북도 신포 금호지구에서 경수로 부지준비공사 착공식을 가질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이후 미국과 북한, KEDO와 북한간에 밀고당기는 지루한 '샅바싸움'을 벌여온 경수로사업이 '입씨름'단계를 넘어 사업현장으로 옮겨가게 됐다.

먼저 경수로 착공은 우선 한·미·일 3국의 경수로 사업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4년 10월 미북 제네바합의에서 핵동결 대가로 경수로지원을 약속받은후 당초 예상보다 협상기간이 길어지자 KEDO의 경수로사업추진 의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가시적 조치를채근해왔다.

또 북한은 작년 9월 동해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등 북한이 조장한 남북관계악화로 인해 한국측이 경수로사업에 대한 호흡조절을 할 기미를 보이자 '핵동결 파기'를 위협하며 국면전환을 꾀하기도 했다.

따라서 경수로 착공은 북한에게 핵동결 파기를 내세울 명분을 제거함으로써 사용후 폐연료봉 봉인작업 추진 등 북한의 핵동결 의무를 계속 유지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수로기획단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해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착공시기를못박아줄 것을 요구해왔다"며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시로 핵동결파기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경수로 착공은 또 경수로사업이 미국 또는 KEDO와 북한간의 구도에서 사실상 남북간 구도로 국면전환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수로사업은 한국형경수로가 제공되고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성격으로 볼 때 사실상 남북간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북한과의 협상이 주류였던 만큼 협상대표권을 인정받은 미국이 전면에 나서왔다.

뿐만아니라 북한도 이를 이용해 남북간 직거래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KEDO를 중간에 개입시키는형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경수로사업이 '담론'의 수준에서 '현장'으로 한단계 구체화됨에 따라 주계약자인 한전 또는 시공업체와 북한간에 부딪치고 해결해야 할 남북간 사안으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실무적인 차원의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실례로 경수로 건설현장에 투입된 미·일 관계자는 KEDO사무소에 있는 4명의 대표뿐인 반면 한국 정부대표나 기술자는 최대규모 1천5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는 엄연한 남북간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지준비공사 착공을 계기로 경수로를 통한 남북간 인적·물적교류가 본격화됨으로써 남북간 교류협력의 새 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 달 28일 신포 금호지구에 KEDO사무소가 개설됨에 따라 분단이후 처음으로 한국외교관 2명이 상주하게 됐으며 경수로 초기공사에 투입될 기술진 80여명과 국산 중장비 40여대도 이미 신포에 도착해 있다.

지난 4일에는 신포 현장과 남한을 연결하는 직통전화도 개설됐다. 그러나 이번 착공으로 대북경수로지원사업이 완전히 본궤도에 올랐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KEDO가 이번 착수한 공사는 어디까지나 원전건설 본공사를 준비하기 위한 부지정지작업이며 원자로 건설이 시작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여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본공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부지준비공사 완료, KEDO와 한전간 상업계약체결, 한·미·일 3국간 비용분담협상, 북한의 본공사 착수승인 등의 절차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KEDO와 북한간에사업진행에 대한 근원적인 신뢰관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경수로 부지준비공사 착공이 본공사로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향후 남북관계의 추이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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