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수배운 괌 파견된 한국감식반 요원들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 신원확인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괌에 파견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대검찰청 감식반 요원들은 미연방재난의료지원반(NDMS)의 작업을 지켜본뒤 "철저한 작업방식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며 "우리도 대형사고에 대비, 이런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괌에 도착한 국과수와 대검 감식요원 5명은 비록 미해군기지내 유해안치소에서 진행되는 신원확인 작업에 참여하려 했다가 끝내 거부당하고 참관인 자격으로만 활동했지만 많은 것을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삼풍백화점 사고때의 어수선한 처리를 경험해본 우리 감식요원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던 것이다.

국과수 이한영 법의학과장(39)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업무를 분담하고 톱니바퀴처럼빈틈없이 일을 추진해나가는 것을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 7일 괌에 도착하자마자 △조지 블랙위원이 이끄는 사고원인 조사팀 △게리 아베가 지휘하는 유가족 지원팀 △잭 빌이 이끄는 신원확인팀 등 3가지 분과로 나뉘어 미리 지정된 임무에 들어갔다.

조지 블랙이 이끄는 사고원인 조사팀에는 항공운항,관제,블랙박스 전문가들이 포진했고 유가족지원팀은 유족들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배치됐으며 신원확인팀은 법의 병리학자와 인류학자,법 치의학자,지문감식전문가,염사들이 배치됐다.

신원확인팀인 NDMS는 원래 공중보건국 소속이지만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NTSB에 배속돼 신원확인과 염습,유족인도 절차를 처리한다.

국과수 한면수 DNA 분석팀장(38)은 "삼풍백화점 사고때는 구조작업이 어수선하게 이뤄지는 바람에 시신이 어느 층에서 발견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이들은 시신을 발굴할때부터 발굴한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구조요원의 진술을 원형 그대로 확보한 다음에 옮겨적었다"고 전했다.

특히 감명받은 부분은 이들의 조직운영이 철저하게 외부로부터 독립돼있고 상부기관의 간섭없이원활하게 일을 처리해나간다는 것이었다.

국과수 법치의학과 자문의 최종훈 교수(34·연세대 치과대학)는 "NDMS 요원들은 일단 대형사고가 나고 팀이 꾸려지면 일체의 외부 간섭이나 상부에 대한 보고없이 업무를 완결짓는다"며 "대형사고때 우리 공무원들이 보고와 청탁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고 말했다.이들은 끝으로 "삼풍백화점 사고와 89년 트리폴리 대한항공 사고 당시에도 대형사고에 대비, 상설조직을 만들자는 얘기가 많았지만 사고가 잊혀지면서 함께 잊혀졌다"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고 사고 조사 및 수습을 전담할 전문가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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