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방학, 자연을 배우자

말복이 지났다.

며칠있으면 처서(處暑), 한풀꺾인 더위가 숙지면서 휴가와 여름방학의 들뜬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 앉아간다.

올여름은 아무래도 아이스크림 장수보다 우산 장수가 재미를 더 본것같다. 예상을 빗나간 날씨탓 이다.

최첨단 기상관측 시스템인 '라디오 론데'설비까지 동원해 기상예보를 하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청 개구리나 거미, 해파리, 지진화같은 동식물의 기상 감지 능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때가 없지 않다. 날씨 하나만 해도 인간의 지혜는 아직 나약하고 모자란다. 그 만큼 과학의 눈만으로는 보이 지 않는 자연의 힘과 섭리는 언제나 위대하다.

며칠 남지않은 여름방학,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따라간 휴가길에서 어느만큼 자연을 익히고 풀벌레, 꽃한송이에서 자연의 깊은 이치와 섭리를 배웠는지 궁금하다. 대부분 아이들은 공부 많이한 신세대 부모들 덕분에 자연학습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저 승용차나 타고 얼음과자와 수박조각이나 먹으며 '놀다가 온'아이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 산과 바다에서 보고온 개구리, 거미, 까마귀, 벌, 미꾸라지, 자작나무, 금잔화, 나팔 꽃들을 다시 기억하고 떠올려 보라. 하찮아 보이기 쉬운 곤충이나 풀꽃, 새들이지만 과학자들은 그런 미물들이 뛰어난 자연의 기상예보관임을 증명해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습도 감지기는 기계가 아닌 짚신벌레다. 짚신벌레는 몸의 표피에 현대과학 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1백여개의 고감도 습도 감지 돌기가 달려있다고 한다. 폭풍우를 예보 하는 첨단전자장치를 만든 러시아도 해파리의 귀에 달린 신경종말기관 원리를 이용해 개발했다. 곤충과 새의 본능적인 기상예측 감각이 전쟁에 이용된 사례도 있다. 2백년전 네덜란드를 침공했던 프랑스군의 사령관은 거미가 갑자기 줄을 다시 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날씨와 젖은 도로 장애때문에 내렸던 퇴각명령을 번복, 공격했다. 군사학의 지식보다 하찮은 벌레의 생태같은 어릴적의 자연학습 지식이 전술에 더 유용하게 원용 된 예다.

동식물의 많은 초능력중에서는 비단 날씨뿐 아니라 지진과 화산폭발을 예견해내는 힘도 있다. 전 세계에 지진 관측소는 매5분마다 한번씩 연간 10만 건의 지진을 관측해내지만 어느정도의 시간여 유를 두고 예보했음에도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었다. 과학의 힘으로 재난을 구할 수 있는 예보효 과는 동식물의 감각이 예측해주는 빠른 예보효과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어떠한 지진 관측장치도 깊은 진원(최고 지하 600~700㎞)에서 발생되는 지진의 예측이나 조기탐 색이 불가능하지만 심해어와 해파리만은 상당히 앞선 시간에 태풍이나 지진을 감지한다는 연구도 있다.

2백90여년전 카리브해의 한 화산이 폭발했을때 폐허가 된 도시에서 3만명의 사람과 고양이 한 마 리가 시체로 발견됐던 기록이 있다. 한 마리의 고양이외에 다른 새와 짐승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 까? 조사결과 화산폭발 징후가 있던 1개월 전에 이미 새와 짐승들은 '피난'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바지역 화산의 경사면에 핀다는 앵초의 일종인 지진화(花)는 화산 폭발전에만 핀다는데 주민들 은 이 꽃이 피면 즉각 퇴거한다. 물론 한번도 예보가 빗나간적이 없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0개를 동시에 터트릴 정도의 위력을 보이는 지진의 거대한 힘도 위대하지만 한떨기 꽃 을 피움으로써 폭발을 알려주는 연약한 앵초꽃의 신비한 힘 또한 분명 위대한 것이다. 무더운 늦여름, 쬐끔 남은 방학동안이나마 보잘것없어 보였던 곤충과 새 한 마리, 들꽃 한 포기에 서도 신이 내려준 능력과 신비가 있음을 생각할 줄 아는 겸허함과, 자연을 경의롭게 바라볼줄 아 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은 방학이 되리라 믿는다.

어린이 여러분, 자연은 참 좋은 또 한분의 큰 스승입니다. 자연을 잘 따르고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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