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을걷이

지난 7일이 입추였으니 벌써 꽤나 시간이 흘렀다.

계절의 순환법칙은 돌릴 수 없는지 이미 아침 저녁으로 선들바람이 소매깃 사이로 스며든다.하늘도 훨씬 푸르러진 느낌이고 여기저기서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무성해진 볏포기 사이로 벼이삭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얼마후면 토담안의 감은 붉게 익어갈 것이고 메뚜기도 제철을 만나 들녘을 넘나들 것이다. 참으로 자연의 이치는 절묘하다.

가을은 언제나 손님처럼 불현듯 찾아온다. 대야에 손을 담그며 물이 차갑다고 느낄때, 또 문앞에가랑잎이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하는 어느날 아침, 성큼 다가와 있다.

그때마다 가을이구나, 또 한해가 가는구나 하고 뇌어본다. 가을은, 자연은 물론 사람에게도 풍요롭고 넉넉함을 준다. 또 가을은 우리 자신을 뒤돌아 보게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준다.가을의 아름다움은, 위대함은 자기 비우기에 있다.

잎을 다 내어주며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린다.

이것은 겸허한 성실이다.

봄부터 가지의 싹을 키우느라 헐벗은 어머니인 대지를 위해 이젠 제가 헐벗는 것이다. 그리고 제몸으로 대지를 덮는다.

사랑을 받았기에 사랑을 바치는 것이다.

나무의 자기 비우기는 아낌없이 생명을 태운 그 결실이기도 하고 할일을 다했으므로 뿌리로 돌아가려는 자연법칙이다. 본래의 참모습, 이것은 곧 인생의 길이기도 하다.

가을이 주는 교훈처럼 이 사회에 풍성한 가을걷이가 곳곳에서 펼쳐졌으면 좋겠다.〈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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