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회의 전상임고문 오익제 월북

선거를 앞두고 매번 정치권을 달구었던 색깔논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국민회의 창당발기인겸 전 상임고문이자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민주평통)상임위원인 전 천도교교령 오익제씨의월북사건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이회창대표의 두 아들 병역면제 파문의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보고 김대중총재의 주변을 거론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국민회의는 오씨와 당의 관계가 이미 정리단계에 있고 평통위원이었다는 점에서 사상검증의 책임이 도리어 여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방어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다른 한편으로는 신한국당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신한국당 이대표 부친의 사상전력까지도 거론하는 등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정치권 전체가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신한국당의 입장은 이사철대변인의 "왜 하필 김대중총재의 주변에서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가"라는 말로 대변됐다. 이대표 아들의 병역문제로 변변히 야당공세에 대응하지 못하던 신한국당은 오씨 사건을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연일 오씨 관련 논평을 내는 등 이 파장의장기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오씨 월북사실이 전해지자 마자 서경원전의원과 문익환목사의 불법 입북, 허인회당무위원의 간첩접촉 등 김총재 주변인사의 대북관련 사건들을 상기시켰다. 구범회부대변인의 논평은한 발 더 나아가 "오씨같은 '빨갱이'를 김대중총재에게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소개했고 당상임고문이라는 중책을 맡게된 배경이 무엇인가"며 "오씨를 중심으로 암약해온 지하조직이 있을지도모른다"는데까지 말을 이어갔다.

○…국민회의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강경하다. 이대표 아들문제로 시종 공세속에 여론의 우위를 지켰던 국민회의는 일순간 수세로 바뀐 상황에 당혹해 했다. 때문에 조기에 오씨월북이라는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신속하게 대국민 유감을 표시했고 오씨의 당적을 박탈하는적극 대응자세를 취했다.

국민회의는 한편으로 "오씨가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선출된 김대통령의 통일고문"이라며 사상검증의 책임이 오히려 여권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 박지원총재특보는 "해방직후이대표 부친의 반공법 위반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맞불도 불사하겠다는 전의(戰意)를 밝혔다.

유종필부대변인은 또"이대표의 측근인 김문수, 이우재의원과 정태윤위원장 등은 간첩 김낙중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았다고 신한국당의 정형근의원이 주장한 바 있다"며 신한국당 내부의 사상문제를 거론했다. 장성민부대변인도 "오씨의 월북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평통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평통자문위원에 대한 전면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씨가 황장엽파일의 대상자였고 오씨가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져 들어오자 이를 감지, 미리 몸을 피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도 오씨와 황파일의 대상자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오씨의 고정간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오씨사건은 황장엽파일의 사전 유출 가능성마저 제기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고 당국의 황파일에 대해 내사단계가 아닌 본격적인 수사를 조기에 착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측면으로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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