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잿빛 승복으로 만난 귀중한 한 사람이 있다. 수녀님이다.
수녀님은 불교공부를 해 볼 요량으로 나와 같은 학번으로 동국대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인사성이얼마나 밝은지 모든 교수님들이 하나같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날 나는, 잔잔한 정(情)도 많았던 그 수녀님으로부터 세면기구세트를 선물받았는데 그 속에샴푸가 들어 있었다. 당시 잘 아는 남학생한테 수녀님께서 주신 것이라며 샴푸를 건네주었다.그로부터 십수년 세월이 흘러 그 남학생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첫마디에 샴푸이야기를 꺼내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이사람아! 그 샴푸를 아직 쓰고 있나! 수녀님 법력(法力)이 참 대단하시구만"하고 말을 받았다. 우리는 한바탕 껄껄 웃으며 옛일을 회상했다. 살아오면서 수녀님에 대한 생각이 오래 남는 것은 그분의 인사성 때문인것 같다.
인사(人事)는 말 그대로 사람(人)으로써 해야할 최소한의 일(事)이면서 인격수양의 잣대이다.절집안에서도 인사는 수행의 기본처럼 여겨진다. 출가하여 행자(行者)가 되면 일주일 내내 공양간입구에서 오가는 사람에게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부터 배운다. 이를 견디지 못하여 환속하는 경우도 많다. 유교 경서의 하나인 논어에서도 예절을 통하여 자아를 발견한다(克己復禮爲仁)고 하였다.
옛부터 가정에서는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 즉, 집에 들어오고 나갈때는 반드시 어른들께 인사를 해야한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요즘은 거꾸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꼴이 되었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자식들의 방문을 일일이 열고 '아버지 왔다. 공부 잘 되니… 하고아첨을 떤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그러니 세상은 버릇없는 아이들판이다.
각설하고, 인사함에 인색하면 그가 어른이든 아이든 간에 준것없이 얄밉다. 그리고 정이 안간다.〈우학.영남불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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