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제·박찬종 장단맞추기

△획기적 국면전환이 없으면 재집권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진 것에 공감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당내개혁과 정치개혁, 광범위한 국정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현 시국이 경제위기, 정치혼란, 안보불안으로 국가적 위기라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신한국당이 국정에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에게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난국타개를 위해 함께 노력키로 한다. △이같은 시대적 과제들을 실현하기위해 두 사람이 마음을 비우고 함께 노력하고 협력하기로 한다.

24일 저녁 서울시내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와 박찬종(朴燦鍾)신한국당고문이 만나 합의한 5개항이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 이후 박고문이 26일 와병중인 최형우(崔炯佑)고문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이지사도 박고문을 뒤따라 28일 중국에 간다. 또 이날 합의문에 당내개혁과 정치·국정개혁을 내건 것은 박고문이 이회창(李會昌)대표를 만나 당개혁안을 전달하기 이틀 전에 이지사에게힘을 실어주는 인상을 줬다. 박고문과 이지사 두 사람은 일단 '죽'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이·박 두 사람은 신한국당 경선후보들 가운데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들이었다. 또 비록 경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지사는 경선탈락후에도 여론 선두를 달리고 있고 박고문도영남권에서 여전히 대중적 인기도를 일정부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이지사와 박고문 두 사람은 또 현재 "이대표로는 어렵다"는 인식에서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정권재창출에 적신호'라는 표현에서처럼 이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은 대책이 이대표측에 의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이들의 요구가 다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정도인 점에서 독자행보를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모두 후보교체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은 직접 어떤 언급도 않고 있지만 측근들은 공공연히 "후보를 교체하지 않으면 신한국당의 재집권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지사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특별한 상황에 특별한 결단이 내려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합의문에 있는 '획기적인 국면전환'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이대표를 만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박고문도 이번 주말 쯤 김영삼대통령을 만나 후보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날 향후 행보에 관해 합의하지는 못했다. 관측으로는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것 같다. 이지사는 본인이 출마하고 박고문이 측면 지원을 해주면 세대교체바람에다 부산, 경남등 영남권표가 보태져 독자출마에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사 측근은"박고문이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반면 박고문은 아직 길을 정하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선택의 폭은 더 넓다. 그에게는 당의 울타리가 걸림돌이 되지 않아 보인다. 측근들도"선택의 폭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고문은 당 잔류에서부터 독자출마, 그리고 김대중총재 등 야당후보와의 연대까지 포함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선택을놓고 고민 중인 것 같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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