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집트주재 북한대사가 망명했다. 장승길대사는 부인 최혜옥과 함께 지난 22일 카이로에 있는 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으며 그의 형인 프랑스 파리주재 북한 일반대표부 참사관인장승호도 함께 망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대사의 정확한 망명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외교가로 흘러나오는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몇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장대사의 아들 철민군(19)이 지난해 8월 카이로의 북한대사관저를 빠져나가 잠적했으며 현재 제3국에 머물면서 가족들과는 서로 연락관계를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민군은 북한외교관 자녀 10여명이 다니고 있는 카이로시내 외국인학교인 브리티시 카운슬에서영어와 컴퓨터를 배웠다. 철민군은 주변 친구들에게 남북분단상황의 불만을 자주 토로하면서 캐나다 또는 스위스로 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대사는 아들의 서방세계 망명에도 불구하고 본국으로부터 이렇다할 징계 또는 불이익처분은 받지않았다. 그러나 94년 7월에 부임한 이집트대사의 3년 임기가 만료되고 다음달 초 귀국이 임박해지자 불확실한 장래와 일단 귀국하고 나면 탈북이 쉽지않을 것으로 판단, 망명을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장대사가 근무한 이집트는 북한의 대(對)아프리카·중동외교의 거점으로 해외공관으로서 일급지에 속하는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그런 그가 망명을 결심한 것은 아들문제보다는 조금도 나아질전망이 없는 북한체제에 대한 회의감과 귀국후 자신의 입지가 불투명하여 장대사로 하여금 가족단위의 망명을 결행토록 한 것 같다.
북한의 대사급 외교관이면 나름대로 정세분석능력이 있으며 북한의 좌표를 제대로 읽고 있는 최고 계층의 엘리트이다. 최근 북한 인텔리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부격인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한국 망명으로 특히 외교관들은 의지처를 잃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또 장대사의 망명에는 형인 장승호의 부추김도 만만찮았다는 견해도 있다. 장승호는 북한 고위층에 와화를 상납하는 역을 맡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재산을 몰래 축적한 것이 들통나 형 역시귀국하면 어떤 불이익처분을 받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장대사 가족의 망명은 황장엽 비서의 귀순이후 북한 내부의 와해가 바깥에서도 훤히 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큰 사건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 '탈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특히 우리 외교공관에 나가 일하는 외교관들은 탈출러시에 대비하여 주변국과의 공조를 튼튼히유지해야 함은 물론 대북한 정보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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