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언제쯤 살만한 도시 될까

대구, 언제쯤이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가? 도로 사업에 쫓기던 시 정부 투자가 올들어 다소 달라진 양상을 보이면서 이런 쪽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시대'는 시 정부 재정이 기본적 투자 단계를 뛰어 넘어 '살만한 도시 만들기'에 집중되는 시대. 보다 질높은 삶, 문화가 있는 삶, 포근함이 있는 삶… 그런 삶이 누려질수 있는 도시 만들기가 시정의 목표가 되는 시대이다.

예를 들어 올해 시정부는 처음으로 장애인 5백여명을 바다로 초청, 시원한 여름을 체험케 했다.지난 23~24일엔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열어 하루 5만명 이상의 시민을 열광시켰다. 도시가 시원하게 느껴지도록 여름 한낮 도로에 물을 뿌리는 일도 처음 시도됐다. 앞으로 인도(人道)는 터널식으로 심겨진 나무로 아기자기해진다. 곳곳에 분수대가 들어서고, 어떤 곳에는 아예 인공폭포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가족끼리 저녁시간의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는 자그마한 공원들도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갈 참. 시 정부의 투자가 뭔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예들이다.그러나 이런 것은 아직 '살만한 도시'의 초입에 불과한 것. 종국적으로 그런 도시는 "공공자본재가 많아 개인 삶의 질이 빈부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단계"에 도달해야 성취된다고 행정학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공원이 여기저기 숱하게 많다면 구태여 자기 개인만의 정원을 만들지않아도 되는 것이 한 예라는 것. 우리에겐 그런 공공재가 적어 결과적으로 개인들이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려 애쓰야 하고, 그때문에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이다.하지만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 정부 살림살이에 여유가 생겨야 가능한 것. 지금같이 재원의대부분을 도로 만드는 데 쏟아 부어야 하고, 그러고도 또 할일이 태산같이 남아서는 백년 하세월일 수 밖에 없을 터.

대구시와 산하 구군이 요즘 도로 건설에 넣는 돈은 일년에 5천여억원. 올해는 외국 차관 도입으로 그외에도 3천여억원이 더 갖다 부어질 전망이다. 별도로 지하철 건설에 또 엄청난 돈이 들고있다.

언제쯤이면 이같이 '힘든 세월'이 끝나고, '살만한 도시' 만들기가 투자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시 정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4~5년이면 한고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이런 계산은 4~5년 후에는 엄청난 돈을 잡아 먹는 대형 건설사업이 거의 마무리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시 사업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필요로 할 지하철 2호선, 낙동강변 도로, 금호강변 도로, 4차 순환도로 등의 건설이 4~5년 후에는 거의 마무리될 전망이다. 외국차관 도입이 이 과정을 단축시켜 주리라 시 관계자는 믿고 있다.

또 그때쯤이면 구마고속도로 서대구~옥포 구간, 경부고속도로 구미~경주구간 등의 확장도 끝나고,대구공항은 국제선청사 완공과 더불어 동남아·일본·중국·하와이 등으로의 직행노선도 완비될전망. 검단동 물류시티, 그 속의 무역센터, 서대구 화물역 등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4~5년 후의 대구는 교통이 사통팔달돼 이제는 '내륙도시라는 악조건을 딛고 산업 발전여건까지 완비한 단계'에접어들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더불어 그때는 대형 할인매장의 일반화, 서부(50사단 자리)와 동부(의무사 자리)의 농협 직판장완공 등으로 각각 공산품과 농산품의 물가 안정 기능도 높아질 전망.

이렇게 여러 여건이 갖춰지는 것과 함께 대구시 재정의 상당 부분이 이제 '살만한 도시' 만들기에 집중 투자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제 21세기는 '대구의 세기'로 열릴 것이라는 것이 대구시정의 비전이다.

물론 그때도 '21세기 사업'으로 이월돼 있는 대동서로 복층 고가도로 건설, 지하철 3~4호선 및 순환선 건설 등의 대역사(大役事)가 과제로 등장은 할 것이다. 또 외국 빚 상환금, 지하철 2호선 빚상환금 등의 부담도 계속될 터. 그러나 다른 도로사업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도시 재정 운용의 대전환이 상당폭은 가능할 것으로 대구시는 보고 있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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