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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유혹

불혹을 수년전 넘겼지만 가슴 뛰는 유혹에의 열망이 내게서 가셔본 적은 없다. 여인의 미소에는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름다운 시구한 절에도 곧잘 눈물이 솟구친다. 고백하거니와 내 삶은아직도 갖가지 유혹으로 휘청거린다.

그 중에서도 내가 물리치지 못하는 가장 큰 유혹은 백지에의 유혹, 즉 글쓰기다. 나는 사소한 사연, 가령 치과의사에게 내 오른쪽 이빨을 아프지 않게 뽑아주어서 감사하다는 편지 한장 쓸때조차 사춘기의 소년같은 설렘과 망설임의 시간들을 보낸다. 아무튼 나는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그런 시간들이 좋다.

이런 나를 순진한 원시인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좀체로 글을 쓰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망설이고 주저하고 머뭇거리기를 두려워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정확하고 빠른 실행과 분명하고 논리적인 결과뿐이다.

▣시행착오의 집필과정

그래서 더러 비디오 보느라 밤샘하고 화투나 포커로 철야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장의 편지를 쓰느라 추야장 긴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글쓰기는 이제 정말 원시인들의 삶의형식으로 잊혀져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잠들지 않고 깨어있고 그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는 실존이려면 보거나 읽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결국 행동만이 우리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대학 3학년때 나는 까닭없이 '이방인과 청년문화'라는 한편의 소논문을 쓰느라 황홀과 형극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적이 있다.그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비틀거렸고 헤매었으며 도취에도 빠져들었다. 모든것이 서툴러 온통 시행착오로 얼룩졌던 집필과정은 지금 기억 속에서 혼돈스럽다. 다만 확실한 것은 글을 쓰는 동안팽팽하게 긴장했던 내 자의식이 은화처럼 맑았다는 사실과 그 한편의 논문을 쓰며 읽은 책과 논문들에서 얻은 것들이 한 학기 동안 강의실에서 얻은 정보들에 결코 뒤떨어지는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컴퓨터 통신에 빠져있는 신세대들. 자판기 위에서 통통튀는 저 현란한 손가락들의 움직임. 그 움직임에 따라 모니터에 찍혀나오는 총기넘치는 문장들을 보노라면 그들이야말로 또 글쓰기에 일가견을 가진 스타일리스트라는 환상을 갖게한다.

▣고민·눈물없는 컴퓨터

그러나 그들의 글은 기호로 위장된 음성, 글쓰기로 가장된 말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그저 가지런히 찍혀나오는 문자기호들만이 있을뿐 고민과 한숨, 진땀과 눈물, 그리고 살과 뼈가 없다. 그끝에 공허와 허탈만이 남아도 그 곤고한 작업이 글쓰기인가.

그렇다. 글쓰기가 늘 즐거운 것이 아니다. 단어 하나를 골라내지 못해 쩔쩔매기도 할 것이고 어딘가에서 꽉 막혀버린 논리때문에 피말리는 고통에 빠져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헤맴, 고통, 망설임, 주저함등은 결코 속절없이 흘려보내는 허망한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 낙담과 좌절을버티어내고 긴장을 견디어내는 것만으로 당신의 영혼은 한차원 높은 성숙의 경지로 들어서게 되어 있다.

그 고통들이 켜켜이 쌓여서 굴곡진 정신의 단층들이야말로 섬세하게 파문이 이는 해방적 상상력의 빛나는 성취들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려할 때 그것은 분명 물리치기 힘든 유혹이리라.

〈부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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