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부도유예협약 재검토 왜하나

정부가 부도유예협약의 전면 재검토에 나선 데는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 거부가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강경식(姜慶植) 부총리를 비롯한 재경원 관계자들은 이같은 재검토 배경에 대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강부총리는 "부도유예협약이 대농과 진로그룹에 적용됐을 때는 별로 문제가 없었으나 기아의 경우에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기아그룹이 부도유예라는 단물만 빨아먹고 협약 적용의 조건인 경영권 포기각서 및 노조의 감원동의서 제출을 거부, 협약의 기본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사태를 방치해둘 경우 제2,. 제3의 기아가 나타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모든 은행이 이 협약을 기피하게 돼 결국 부도유예협약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여기에다 이 협약의 적용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부도기업에 채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금융기관까지 부실화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정부로 하여금 협약의 재검토를 재촉하게 만들었다.부도유예협약의 손질은 폐지보다는 기아처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는데 초점이 맞춰질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식처분동의서나 경영권포기각서 등 금융기관이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서류제출을 협약적용의 전제조건으로 명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상태에서는 부실기업이 거액의 채무를 유예받으면서도 협약적용에 명시된 경영권포기각서 등의 제출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금융기관 여신 2천5백억 이상인 기업에만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손질이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도유예협약이 회생가능성보다는 은행빚이 많은 기업들만 혜택을 보도록되어 있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이같은 보완작업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실기업 정리와 관련된 제도의 정비에도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정리법과 파산절차법 등 개별법이면서도 내용이 서로 관련되어 있는제도들을 하나로 묶어서 단일한 기업퇴출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도유예협약을 새로만들어질 기업퇴출제도에 통합한다는 구상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법제화작업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현 정권내에서는 시행되기 힘들 전망이다.

〈鄭敬勳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