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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사랑의 종말에 자동차사고가 동반되는 경우는 너무나 극적(劇的)이다. 63년도에 수입허가되어 상연된 영화 '죽어도 좋아'(원제 페드라)에서 계모 페드라(멜리나 메르쿠리분)와 불륜을 저지른 알렉시스(안소니 퍼킨스분)는 백색 스포츠카 포르쉐를 타고 달리다 절벽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알렉시스는 계모이자 연인인 페드라의 이름을 바흐의 음악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차속에서 한없이 부르며 그렇게 사라진다. 영화 '죽어도 좋아'는 모자불가침의 터부를 깨뜨린 근친상간의 그리스신화적 비극영화였다. 이 영화가 개봉될 때 신문광고의 헤드카피는 '생명의 불이 꺼질 때까지 몸도마음도 불태우리'였다. 죽음을 예고하고 있는 이 한마디는 너무 섬뜩하고, 알렉시스가 스포츠카로달리면서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애절하여 오래오래 가슴에 남는다. 알렉시스는 24세의 대학생이었고 페드라는 40전후의 계모였다. 젊은이의 우상 제임스 딘도 역시 24세때 LA고속도로를 포르쉐 스파이더 스포츠카로 달리다 사고가 나 불타 죽었다. 그도 역시 사랑했던 여배우 피어안제리의 이름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알렉시스가 페드라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부른 것처럼. 영국왕세자빈이였던 다이애나가 36세의 젊은 나이로 31일 새벽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녀의 애인인 억만장자 도디 알 파예드(41)는 벤츠승용차속에서 즉사했다. 다이애나는 백작의 딸로 태어났지만유년은 불우했고, 유치원 보모에서 일약 세자빈으로 발탁된 시대의 히로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왕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생애가 끝날 때까지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불행했던 세월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왕실의 권위와 남편과의 애정상실이 그녀를 떠돌게 했고 자유를 향한끊임없는 날갯짓에 '파파라초'라는 선정주의의 산물이 회생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이다. 오!다이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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