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7월2일 홍콩의 중국반환으로 온세계 언론이 '홍콩 차이나'에 집중돼있을 때 태국 재무장관은조그마한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태국 바트화의 외환관리방식을 고정환율제에서 사실상 시장자율기능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현재, 바트화사태는 그야말로 동남아 경제권을 마구 흔들어놓았다. 당시아시아에서 어느정도 신용을 인정받고있는 태국이 외환정책을 바꾼다고해서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동남아 각국들은 그 엄청난 파고와 후유증에 시달리고있다. 바트화 파동은 이제 한국은 물론 미국경제를 위협할수도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있다.
바트화의 피해는 전광석화처럼 인근국가를 덮치기 시작했다. 정책발표가 있자마자 태국의 외환보유상태와 경제력이 당장 의심을 받기 시작, 바트화를 버리고 달러를 구입하려는 행렬로 바트화는폭락하기 시작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33바트선이 무너지는데는 50일도 채 걸리지않았다.요즘은 34바트대에서 거래되고있다. 가뜩이나 이웃 캄보디아의 내전으로 난민들이 밀려들어오고있는 상황에서 이제 태국은 '경제파국'의 차원을 넘어서 '정치파국'으로 치닫고있는 느낌이다.출범9개월째인 차왈릿내각은 국내 정정불안과 경제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는 여론의 화살을 받고있으며, 차왈릿총리는 이를 일축하고 있으나 조만간 의회해산과 함께 조기총선 가능성까지 강력히 대두되고있다. 태국은 올해 인플레율이 두자리수인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있으며 세금인상이 불가피해져 국민들은 도탄에 빠질것이라고 IMF(국제통화기금)는 분석하고있다.일본도요다 자동차는 아예 향후1~2년간 태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20~30%%정도 줄어들 것이라고분석하고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방콕에서 열릴 제13회 아시안게임마저 준비상태가 지지부진, 개최권유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아시아 올림픽협의회(OCA)는 지난달27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달 23일 쿠웨이트에서 개최권 유지여부 표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3번이나 아시안 게임을개최했던 태국으로서는 이만저만한 자존심 손상이 아니다.
문제는 바트화가 심각한 도미노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각국이 혼란에 휩싸인 것이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인도네시아 루피화, 싱가포르 달러및 필리핀 페소화도 거의 동반 하락, 총체적인 '동남아의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국의 백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고 주장하고있으나 국제무대에서는 메아리없는 호소에 지나지않고있다. 이제는 바트화 사태가 동남아 증권시장에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있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 이어 아시아의 5번째 용으로 자리잡고있는 태국이 이처럼 파국으로치달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태국경제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거품투성이이다. 금융기관이 안고있는 부실채권은 약2백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21%%에 달하고있고 90년대들어 현재까지 수출은 2~3배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95년부터는 연간 6백억달러를 밑도는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는데 반해 외채는 5배이상 증가, 1천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 경제성장은 90년초 12%%대에서 최근에는 6%%대로 떨어졌다.IMF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해답을 찾지못하고 있는 것은 태국경제 내부가 이처럼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제 외세의 도움만으로 바트화사태를 진정시킬수 없음이 드러났다. 태국은 실패하고 있는경제의 자화상을 스스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타임지는 태국의 경제상황을 한 젊은 여성의 경우를 예로 들어 비유하고 있다. '방콕 뉴스에이전시에 근무하는 22세의 아에양은 지난93년 남보다 한발앞서 크레디트 카드를 발급받았다.그녀의 봉급은 월3백60달러. 그녀는 크레디트 카드로 백화점에서 고가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카드구매한도가 넘어서면 새로 카드를 발급받는 식으로 3개의 크레디트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얼마안돼 그녀의 카드는 말소당했고 카드회사의 빚독촉에 시달린 아에양은 일년전에 자취를 감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거리의 여자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믿고있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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