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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기아유감

최근 벼랑끝에 선 기아의 부도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자동차산업의 장래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든다. 물론 현재 국내의 경제사정이 전반적으로 어렵고 다른 업종의 업체들도 부도처리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동차산업이 국가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할때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남달리 걱정스럽다. 특히, 기아는 다른 자동차업체와 달리 자동차분야에만 전념하고 기술력 확보에 남달리 노력하는 한국의 토종 자동차업체로서 인식되어 많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과 불안감은 더욱 크다.

70년대부터 시작한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1, 2차 오일쇼크를 이기고 80년말의 격렬한 노사문제도어렵게 극복하며 82년부터 95년말까지 눈부신 성장을 계속하였다. 확대일로였던 분홍빛 내수시장에 안일하게 의존해온 국내 자동차산업은 최근 전반적인 국내경기의 침체에 따라 어려운 시기를맞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년반도 안된 약간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자동차업체의 어려움과 기아의 부도사태는 절대적인 정부와 국민의 보호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지난10여년의 대호황 시기에 도대체 무엇을 해놓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 일본이 오랜동안의힘들었던 엔고현상을 기술개발로 극복하여 오히려 지금은 어떤 장래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경쟁력을 확고히 갖게되었음을 생각할 때 이것이 우리 국가기간산업의 한계인 것같아 안타깝다.일본 노무라연구소는 2천년대초까지 전세계적으로 5개의 자동차업체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업체들은 그 업체들의 주문 생산기지화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은 기아사태를 거울삼아 이제라도 기술력의 뒷받침이 없는 경쟁적인 생산대수의 확장 재검토, 불황을 대비한 과감한 기술개발투자, 그리고 자동차산업에의 전념으로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2천년대를 현명히 대비해 나가야만 명실상부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서 우뚝설 수 있을 것이다.

〈대구효성가톨릭대교수·자동차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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