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자구요" ◈사람잡는 신드롬
공자는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제자들에게 '너나 없이 싫어하는 것도 반드시 살펴보고 너나 없이좋아하는 것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衆惡之必察焉 衆好之必察焉)고 충고하고 있다. 무엇을 살피라는 것인가. 물론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그것이 싫어할 만하거나 좋아할 만한 바로 그것인가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을 잘 살피려면 먼저 자기자신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 이것이 앞서지않으면 만가지 살핌이 다 부질없다. 공자의 저 신비한 지혜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루에 세번끼니를 먹듯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는 저 간단없는 자기반성에서 얻어진 게 아니던가.
◈꼼꼼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그러므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는 더 단도직입적이다. 이것은 도발적인 만큼이나또한 친절한 교훈인 셈이다. 이러한 선철들의 충고를 무시할 때 신드롬, 우상숭배, 여론조작, 대중마취등 시대정신의 온갖 어리석은 행태들이 생겨난다.
요즈음 이 땅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은 단연 박찬호다. 그러나 이 박찬호 신드롬에도 공자의 충고에 따라 반드시 살펴보아야할 허점은 없는지 반성해 보아야할 줄 안다. 정신분석학 이론에 따르면 무릇 타인에 대한 병적인 열광에는 자기학대, 자기도피의 심리가 개입해있다고말한다. 만일 박찬호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모두 이런 심리상태에 빠져있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문제가 아니다.
물론 좀더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두운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로부터 한줄기 섬광처럼 비쳐드는 쾌보라는 식이다. 만일 그런 정도라면 저녁식탁에서 한두번 회자되는 가벼운 담소거리 정도로 그쳐야 한다. 경기없는 날조차 국내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나서서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보도할만큼 난리법석을 떨고있는 것은 모두가 거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증거다. 온갖 일이 뒤섞이고 헝크러진 나라 안의 '어두운 현실들을 개선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면야 그렇게매달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그것을 잠시 잊는 데'에 마취약같은 효과만을 준다면 그것은 정말 '나쁜 영화'일 수밖에 없다. 마취약으로 만성 위염을 낳게 할 수 없고 진통제로악성종양을 치료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비참한 종말로 이끌수도
더러 야구의 국제정치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찬호가 힘으로 누를 수 없는 미국과 돈으로 뭉갤 수 없는 일본을 납작하게 만들어주어서 통쾌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아전인수식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속성상 개인주의적이고 구성상 다국적인들이 중구난방으로 섞여사는 미합중국인들에게 박찬호는 그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팀 투수 '챈호 파크'일 뿐이고 그의 국적이 코리아일 뿐이다.
하지만 정작 모든 종류의 신드롬에서 가장 나쁜것은 그 주인공을 극도의 고통과 스트레스, 번쇄함과 분망함에 시달리게 하고 급기야는 비참한 종말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저께 죽은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죽음이 이런 경우였다. 사진을 한장이라도 더 찍어보려고 마지막까지 죽음의 레이스를 펼친 그 일곱명의 사진기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그녀는결국은 이 지상을 영원히 벗어나고 말았다. 이 사람잡는 신드롬도 결국은 공자의 충고, 소크라테스의 교훈을 따르지 않는데서 생겨난 비극이다.
〈부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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