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이대표 심야회동 배경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일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와의 청와대 심야회동에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조기 사면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이날 회동은 '추석전 사면불가'라는 청와대측의 단호한 발표(2일 아침)가 있은뒤 이대표의 다급한요청으로 이뤄졌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내에서 심각하게 불거지는 갈등기류를 조기에 진정시키자는 두 사람간의 공통된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음이 물론이다.

두 사람은 50여분간 포도주를 마셔가며 서로의 입장을 조율, 일단 이 문제로 인한 더이상의 난기류는 차단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에게 사면제의 추진의 경위와 결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에간여할 뜻이 아니었음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대통령은 이 문제가 역사 바로세우기와 직결된다는 점을 들어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대통령은 정면으로 거부당한데 따른 이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이대표의 뜻을 이해하지만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단행하겠다는 뜻도전했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견지하고 있는 인식은 확고하다고 볼 수있다.전·노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부정부패 척결과 역사 바로세우기로 대변되는 시대적 소명이며, 반드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7월중순께 종교계로부터 2백70만명의 서명과함께 석방탄원서를 받고도 김대통령이 아직 때가 아니라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입장도 분명하게 정리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일 낮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는 이대표의 뜻도 중요하지만 때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즉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김대통령 자신이 임기내에 해결하되 국민적 여론을결집,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낳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대표측이 이같은 의미를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어려운 대선정국 전환용으로 섣불리접근, 오히려 분란만 일으켰다는게 청와대측의 지적이다.

면담장소로 대통령관저를 택하는 등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이날 심야회동으로 청와대와 이대표간의 앙금이 없어지고 더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접근방식과 처리과정에서 이대표측의 미숙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김대통령의 예상밖의 단호함에 이대표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져 버린 셈이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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