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의 과학-지옥의 묵시록

"스크린에 감춰진 환경파괴" 21세기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환경문제가 될 것이다. 과학은 지구를 인간에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땅으로 바꾸어 놓으려 했지만, 더욱 황폐하고 더러운 땅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생태계와 함께 조금씩 위협받게 되었다. 생명이 충만했던 우주의 섬 지구는 이제더 이상 생명의 편안한 휴식처가 못 될지도 모른다.

지구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은 우리에게 잊고 지내던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제작 이면을 들여다 보면 가끔 가슴 아플때가 있다. 울창한 밀림을 배경으로 월남전의 참상을 고발했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섬뜩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 반전 영화를 찍기 위해 감독 프란시스 코플라는 태국의 산림을 무려 수십만㏊나 파괴했다고 한다. 몇 년전 개봉된 '프리 월리 2'라는 영화는 유조선 침몰 사건을 배경으로 어린 소년과 돌고래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데, '자연에대한 사랑'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촬영으로 인해 돌고래 프리 월리는 그 후바다에서 살아갈 야생 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영화가 하나의 자연을 파괴해 버린것이다. 또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서 지구가 물바다가 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워터 월드'도 환경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영화 감독이자 주인공이었던 케빈 코스트너는이 영화를 위해 바다에 뒤덮인 지구를 재현하고 다시 모조리 파괴하는데 무려 1천5백억원을 퍼부었다.

이렇듯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게 되는 예는 수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환경을 다루는 영화가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엔 더욱 가슴이 아프다. 과학이 인간을 위해 자연 위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려 했지만 도리어 인간은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영화들이 환경을 더욱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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