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컷!' 한장면 찍는데 NG 20번" 가공의 세계다.
모델의 화사한 웃음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멋진 의상과 진열된 상품도 모두 가공된 것이다."컷!"이란 연출가의 외침에 모든 것은 꺼지고 웃음도 짜증스런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주위에는 소주병이 삐죽 튀어나온 쓰레기봉투가 뒹굴고, 뜯어낸 세트, 먼지 낀 조명기기와 얽히고 설킨 전기선들, 먼지, 소음에 내장이 훤히 다 보이는 천장….
광고 촬영세트장은 전투장이다.
카메라의 눈이 닿는 곳과 그 외. 너무나 동떨어진 인상. 치마를 걷어 올리며 모든 교태를 부리던모델이 치마를 내리고 옷을 추스를때. "역시 광고는 사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변두리극장을개조한 서울 동서울 세트장의 모습이다.
또 다른 곳. 지난 4일 오후 8시 창원 대동백화점 1층 잡화층, 백운프로덕션 영상제작팀(팀장 박종오)의 ㄷ그룹 홍보광고 촬영현장.
1시간안에 끝내야 할 촬영이 2시간을 넘기고 있다. 옷을 고르던 모델이 진열된 옷 사이로 화사하게 웃는 신을 잡아야 하는데 벌써 NG만도 17번째다. 콘티에 적힌 '만족스런 쇼핑'이란 글에는 밑줄이 두개나 그어져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유혹하기 위한 중요한 장면이다. 즐거워하는 모습이 안 잡힌다.
"자! 다시 합시다. 변수정씨(23·부산모델), 표정을 좀더 자연스럽게. 알겠죠. 고!" 잘 나가는 듯하다 다시 "컷!" 모델의 눈 위 화장이 밀렸다. 분장사가 뛰어가 파우더를 친다. 조명이 워낙 뜨거워 땀에 지워진 것. 그 사이 터진 스타킹도 갈아 신는다.
이 신은 세번이나 더 촬영한 후 끝났다. 20번의 NG. 35mm 필름 같으면 2천자(600m)가 소요될분량이다. ENG비디오카메라가 이럴때는 유리하다.
백화점도 폐장할 시간. 많던 구경꾼도 돌아가고 스태프들도 장비를 챙긴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무려 12시간 강행군이 끝났다.
광고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완전한 '무'가 아닐텐데도 '무'라고 하는 것은창조해 내는 '유'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교양있는 할머니가 기차안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그때 파리 한마리가 웽거리며 신경을 거스른다. 연신 손을 휘저으며 쫓지만 그럴수록 더욱 그악하게 할머니 주위를 맴도는 파리. 참다 못한 할머니가 책을 번쩍 들어 파리를 향해 냅다 날린다. 집요하게 울던 파리 소리가 끊어지고 책갈피에는 납작해진 파리가 붙어있다. CF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좋은 책에는 힘이 있습니다"(외국 공익광고)
20여초 동안에 이렇게 '지독한' 유머와 힘을 함께 묶어내는 매체는 광고외에는 없다. 그래서 광고는 현대 소비시대에서 '물신(物神)으로 숭배되는 과정'이란 칭송을 받는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광고대행사는 13군데. 기획과 제작을 겸하고 있는 곳은 3~4곳이다.최근 불황 여파로 광고제작이 많이 줄었다. 지난해 절반 수준. 순수 CF는 회사당 4~5건. 그나마 '덩치 큰' CF는 서울로 가고 백화점광고의 경우 3천~4천만원, 일반기업 광고의 경우 1천~1천5백만원짜리가 대부분이다.
특히 백화점광고는 대구CF업계의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동아백화점과 대구백화점의광고비만 하더라도 1백50억원에 가깝다. 김혜수 이응경 등 톱스타를 기용해 소비자들의 광고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대백기획 이용수총괄국장의 논문 '백화점 TV광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의 '색깔있는 백화점'광고가 재미있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광고로 확실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동아백화점 TV광고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모델이 좋아서'이다.이러한 스타모델의 개런티는 1억원선. 탤런트 김혜수가 1억에서 1억5천만원사이, 이응경이 7천만원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방 A급 모델은 하루 80만원에서 1백만원, B급 50만원, C급이 20만원선을 일당으로 받는다.
지역 광고제작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열악한 광고비다. 백운프로덕션 박종오과장은 "서울의2분의 1, 3분의 1 수준으로 컴퓨터그래픽 등 다양한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홍보파트에 광고를 일임하지 않는 광고주의 '조심성'이다. 광고 결정권을 광고주가 가지고있다. 대백기획 이용수총괄국장은 "디자이너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대구에는 광고촬영세트가 없다. 2년전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에 세트장이 있었지만 부도로없어지고 현재는 경남 양산의 양산세트장이나 서울 동서울세트장을 대여해 사용하고 있다.서울로 집중되는 광고환경, 열악한 제작비, 장비의 낙후. 대구 광고는 힘든 길을 힘들게 걸어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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