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이인제씨의 출마선언

그동안 설마했던 이인제(李仁濟)씨의 대선(大選) 출마선언 쇼크가 정치권을 엄습하고 있다.이씨는 신한국당 경선이후 자신의 대선출마여부를 두고 번민 끝에 "새정치를 기대하는 국민 소명에 따라 출마키로 했다"고 선언, 이씨의 결단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준 것이다.

이씨가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물론 이회창(李會昌)대표와 연관된 병역시비를 조기에 수습치 못한채 '대선후 권력 나눠먹기'식으로 선거정국을 이끌어나가는 여당의 무력증(無力症)이 원인이라지적할만 하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야심찬 젊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정권을 야당에 넘기기보다인기높은 내가 나서서 정권재창출을 하겠다"고 선언할 만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인제씨의 출마선언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비록 그의 출마선언이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하더라도 정치인이 지켜야할 도덕률에는 엄청나게 동떨어지는 일면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씨는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서약을 하고서도 "3김 청산과 세대교체를 기대하는 국민여망에 따라 출마키로 했다"고 당초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상황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승복을 않는 이씨의 행보야말로 바로 가장 낡은 정치의 표본이라는 것을 그에게 깨우치고 싶은 심경인 것이다.

지난번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자유경선은 여당내의 문제이면서도 어느면에서는 국민적 행사였다.건국이래 최초로 여당후보를 자유경선으로 선출키로 한 것은 결코 집권당만의 경사가 아닌 국민적 쾌사(快事)이기에 우리모두 그 결과가 제대로 매듭지어져 민주발전에 진일보(進一步) 있기를기대했던 것이다.

다시말해 이인제씨가 경선때 했던 '결과에 대한 승복' 약속은 신한국당원과의 약속인 동시에 전국민과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진 셈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씨는 "정치명예혁명을 완수해서 국민정치 시대를 열겠다"는 명분아래 막무가내로 나섰으니 이래서야 모처럼의 자유경선이 그 의미를 잃고 우리 정치가 다시 원점을 맴돌까 걱정이다.

어쨌든 이인제씨의 출마선언으로 대선전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이 시점 5파전 양상에서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따지기전에 후보의 난립으로 표가 갈라지게됐으니 누가 당선되더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갖기 어려울까 걱정이다.

5파전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35%%전후의 득표율이면 당선가능하다니 이 정도로는 강력한리더십 창출이 또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씨의 출마선언은 이런 측면에서도 걱정인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