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쌍용자동차 구지공단의 향방

"'벤츠자동차' 입주 가능할까"

쌍용그룹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사가 쌍용자동차 공장을 통한 벤츠차의 국내 생산 등 양사의 협력방안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쌍용자동차 구지공단의 향방에 지역 경제계의 관심이모이고 있다.

대구시나 지역의 자동차업계 및 일부 언론은 지난해 말부터 기초시설을 제외한 일체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 쌍용자동차 구지공단을 벤츠사가 국내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리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는 구지공단에서 벤츠차가 생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쌍용자동차의 한 관계자도 18일 "양사의 협력방안에 대한 본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라며 "벤츠사의 구지공단 입주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99년까지 연간 35만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라인과 주행시험장을 구지공단에 건립키로 한 계획은 전면 유보된 상태"라며 "벤츠사와의 협상결과에 따라 모든 계획이 재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초 계획의 백지화를 전제한 가운데 벤츠사의 사업계획·양사의 협상경과·대구시를 비롯한 지역 경제계의 유치노력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구지공단의 '운명'이 결정될것이라는 이야기다.

벤츠사가 국내에서 양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종은 이 회사가 90년대 들어 추진해온 아시아시장진출 전략을 고려해볼 때 미니밴이거나 소형차 및 경차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벤츠사는 지난해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관세 혜택 철폐는 물론 생산 차종에 부가세까지 부과하기로 한 방침에 반발, 연간 6만대의 미니밴과 10만기의 엔진을 양산키로 한 중국 현지공장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벤츠사가 프랑스와 브라질에서 각각 연산 20만대 규모로 생산 예정인 소형차(A93)와 경차(스워치모빌)의 아시아 생산 기지로 한국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벤츠사가 미니밴이나 소형차 및 경차 중 한 차종의 생산공장을 구지공단에 설립한다면 지역의 자동차산업은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투자규모만 10억달러인 미니밴 공장이중국에서 구지공단으로 이전될 경우 1천명 정도의 직접 고용효과는 물론 물류단지 및 부품협력업체 설립에 따르는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모듈화를 중심으로 하는 벤츠사의부품생산방식이나 세계를 무대로 하는 부품조달체계 등 선진경영기법 및 기술의 이전효과도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벤츠사의 국내 공장은 내수보다 아시아시장수출을 겨냥, 지역의 무역 수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벤츠사가 물류단지·부품협력업체 등 자동차생산 기반시설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쌍용차 평택공단 등 기존 시설을 두고 22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구지공단에 뛰어들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지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초 벤츠사의 미국 진출 시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다"며 "대구시도 세제·노동시장·교통환경을 외국기업에 맞게 개선하는 등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펼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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