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4자회담 대북 강경선언 배경

미국이 지루한 4자회담 협상가도에 마침내 마지노선을 그었다.지난 19일 결렬로 끝난 4자회담제2차 예비회담 이후 처음으로 가진 22일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더이상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북한의 전형적인 시간끌기 외교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것.

특히 루빈 대변인은 4자회담 본회담 의제와 관련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 북한에 대해 '더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의 입장은 △식량원조와 4자회담 개최 문제는 연계될 수 없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본회담 의제로 미리 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미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식량원조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호소에 따른 추가원조를 계속할 것이지만 북한의 4자회담 본회담 참석을 조건으로 한 '정치적이유'에 따라 식량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주한미군 지위문제를 4자회담 본회담 의제로 할 것을 주장한 데 대해 미국측은 본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으나 이 문제를 본회담 개최에 앞서 특정한 의제로 상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본회담 의제는 '특정한 구체적인 문제'가 돼서는 안되며 '일반적인 의제'를 상정함으로써 회담에서 참가국들이 어떠한 문제라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미국측은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미리 상정하는 경우 4자회담 자체의 성격이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이 본회담 의제 합의에 대해 전혀 유연성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미국측은 이번 2차 예비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없는 '시간낭비'였다는 판단을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미국은 이번 예비회담에서 뉴욕에서의 실무급 접촉을 계속한다는 데 동의한 것 말고는 다음 회의일정에 대해서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북한의 전형적인 시간끌기에 더이상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루빈대변인은 "북한이 4자회담 본회담 개최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는 분명한 의사표시 없이는 더이상 고위급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어떤 것을 북한측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루빈대변인은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뉴욕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실무접촉을 계속하면서 북한측의 의향을타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아무튼 미국은 뉴욕에서의 실무접촉 채널을 열어둔 상태에서 북한과의 고위급접촉을 무기연기시킴으로써 북한에 대해 4자회담 본회담 개최에 동의하도록 마지막 압박을 가하고 있다.〈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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